[취재수첩] '미투운동'이 정치공작이라고?
한국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이후 문학계와 연극계를 넘어 종교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용기와 전 사회적인 공감에 힘입어 곳곳에 숨어 있던 어두운 성폭력의 단면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했던 방송인 김어준 씨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지난 24일 팟캐스트에서 “(성추문과 관련된) 타깃은 누구냐. 결국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어떻게 보이느냐. ‘첫째 섹스, 좋은 소재고 주목도 높다. 둘째, 진보적 가치가 있다. 피해자들을 준비시켜 진보 매체를 통해 등장시켜야겠다.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사고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당파적인 해석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조차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인권 문제에 여야나 진보·보수가 관련 있느냐”며 “진보적 인사는 성범죄를 저질러도 감춰 줘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금 의원님, 이거 댓글단의 악성 공작입니다. 전체 맥락과 달리 딱 오해할 만하게 잘라 편집해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김씨를 감쌌다. 논란이 커지자 김씨가 진화에 나섰다. 그는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는 자들이 있다고 말한 것이지 미투 (자체)를 공작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26일 민주당 젠더폭력태스크포스(TF)는 국회에서 ‘성폭력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당정협의’를 열었다. 이들은 ‘미투 운동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악용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남인순 TF 간사는 김씨 발언과 관련해 “피해자가 어렵게 진정성을 갖고 하는 발언이기 때문에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치적 공작’이라는 김씨의 발언 자체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다. 진보진영이 미투 운동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보수언론의 정치적 공세로만 치부한다면 피해자들의 폭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