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균형선발'로 바꾸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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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의 교육라운지]
'금수저 전형' 의혹 벗고 잠재력·가능성 집중평가
사교육 덜 받은 학생 우선선발 방안도 고민할 때
'금수저 전형' 의혹 벗고 잠재력·가능성 집중평가
사교육 덜 받은 학생 우선선발 방안도 고민할 때
최근 열린 제4차 대입정책포럼에서도 쟁점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었다. 교육부는 올 8월 2022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편을 앞두고 포럼을 통해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왔다. 이번 포럼에서 특히 격론이 벌어진 지점은 학종 선발결과의 공개 여부였다.
‘깜깜이 전형’ 의혹을 벗으려면 학종의 선발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대학 입학부서 입장은 한결 같았다. 공개가 도리어 ‘정보의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합격사례를 공개했을 때 따라붙는 사교육의 개입을 특히 우려한다. 예컨대 소논문이 좋은 평가를 받은 A학생, 독서활동에 강점을 보인 B학생 같은 학종 합격사례를 밝히면 이를 표적 삼은 사교육 마케팅으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서울 소재 대학의 입학처장은 “평가의 ‘과정’은 보지 않고 합격사례 따라하기 식이 되면 학종 취지가 훼손된다”고 말했다.
상당 부분 맞는 얘기다. 정성평가인 학종은 근본적으로 깜깜이 전형의 요소를 갖고 있다. 이론적으로 학종에선 80점이 붙고 90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학생이 꾸준히 노력해 60점에서 80점으로 성적이 올랐다면, 사교육을 많이 받아 90점을 유지한 D학생보다 잠재력·가능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전형이 학종이다. 학종이 추구하는 본질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정량평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문제가 커지는 대목은 깜깜이 전형이 ‘금수저 전형’과 동의어가 됐을 때다. C학생이 D학생을 제치고 합격한 이유가 실은 노력이 아닌 배경이었다면? 이 의혹의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하다.
정성평가의 속성과 강점을 발휘하면서도 학종이 금수저 전형으로 전락하지 않는 방안. 제안하고 싶다. 저소득층·소외계층 등 사회적배려대상자 균형선발에 학종을 적극 활용하는 건 어떨까. 금수저 논란을 벗고 진정 수험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평가해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입시의 ‘방식’과 ‘효과’를 별개로 보자는 취지다. 우리사회에서 대입은 맡은 역할이 많다. 누구나 당락을 납득할 수 있게끔 공정하게 선발(방식)하는 동시에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성도 확보(효과)해야 한다. 이를 분리하면 의외로 해법이 쉽게 나올지도 모른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명목상 공정성은 뛰어난 수능으로 ‘공정 입시’를 구현하면서, 학종을 활용한 균형선발을 일정 비율 확대해 ‘개천 용’의 통로도 확보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수능도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음을 안다. 강남 학생들이 강하고 사교육도 많이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주된 논거다. 그러나 수능의 대안으로 현재의 학종을 밀기에는 국민적 불신이 너무 커졌다. 다른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균형선발을 확대해 학종을 적용하고, 수능의 실질적 불공정성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자. 수능의 사교육 유발, 나아가 경제력에 좌우되는 입시 결과는 ‘킬러 문항’ 탓이 크다. 킬러 문항을 없애 ‘공교육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큰 그림이 되어야 한다.
물론 변별력 저하 문제가 따라붙는다. 이때 동점자 중 누구를 뽑을지는 대학마다 변환표준점수 반영, 영역별 가중치 부여 등을 통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완전한 성적순 선발이 어려워지는 대신 사교육과 경제력의 영향은 다소라도 줄어들지 않겠나. 올해 정시 선발에서 보듯 “서울대는 수학 중시, 연세대는 영어 중시” 식으로 대학이 나름의 특색 있는 선발 원칙을 만들어갈 여지도 생긴다.
동점자 우선선발 과정에 입학사정관을 투입해 사교육을 덜 받았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수험생부터 뽑는 방법도 고민해볼 만하다. 대학은 축적된 학종 노하우를 활용해 같은 조건이라면 잠재력과 가능성이 풍부한 수험생을 뽑는다. 그리고 정부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을 통해 이 같은 대학의 공적 노력을 장려한다. 이상론일까.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깜깜이 전형’ 의혹을 벗으려면 학종의 선발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대학 입학부서 입장은 한결 같았다. 공개가 도리어 ‘정보의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합격사례를 공개했을 때 따라붙는 사교육의 개입을 특히 우려한다. 예컨대 소논문이 좋은 평가를 받은 A학생, 독서활동에 강점을 보인 B학생 같은 학종 합격사례를 밝히면 이를 표적 삼은 사교육 마케팅으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서울 소재 대학의 입학처장은 “평가의 ‘과정’은 보지 않고 합격사례 따라하기 식이 되면 학종 취지가 훼손된다”고 말했다.
상당 부분 맞는 얘기다. 정성평가인 학종은 근본적으로 깜깜이 전형의 요소를 갖고 있다. 이론적으로 학종에선 80점이 붙고 90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학생이 꾸준히 노력해 60점에서 80점으로 성적이 올랐다면, 사교육을 많이 받아 90점을 유지한 D학생보다 잠재력·가능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전형이 학종이다. 학종이 추구하는 본질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정량평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문제가 커지는 대목은 깜깜이 전형이 ‘금수저 전형’과 동의어가 됐을 때다. C학생이 D학생을 제치고 합격한 이유가 실은 노력이 아닌 배경이었다면? 이 의혹의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하다.
정성평가의 속성과 강점을 발휘하면서도 학종이 금수저 전형으로 전락하지 않는 방안. 제안하고 싶다. 저소득층·소외계층 등 사회적배려대상자 균형선발에 학종을 적극 활용하는 건 어떨까. 금수저 논란을 벗고 진정 수험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평가해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입시의 ‘방식’과 ‘효과’를 별개로 보자는 취지다. 우리사회에서 대입은 맡은 역할이 많다. 누구나 당락을 납득할 수 있게끔 공정하게 선발(방식)하는 동시에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성도 확보(효과)해야 한다. 이를 분리하면 의외로 해법이 쉽게 나올지도 모른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명목상 공정성은 뛰어난 수능으로 ‘공정 입시’를 구현하면서, 학종을 활용한 균형선발을 일정 비율 확대해 ‘개천 용’의 통로도 확보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수능도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음을 안다. 강남 학생들이 강하고 사교육도 많이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주된 논거다. 그러나 수능의 대안으로 현재의 학종을 밀기에는 국민적 불신이 너무 커졌다. 다른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균형선발을 확대해 학종을 적용하고, 수능의 실질적 불공정성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자. 수능의 사교육 유발, 나아가 경제력에 좌우되는 입시 결과는 ‘킬러 문항’ 탓이 크다. 킬러 문항을 없애 ‘공교육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큰 그림이 되어야 한다.
물론 변별력 저하 문제가 따라붙는다. 이때 동점자 중 누구를 뽑을지는 대학마다 변환표준점수 반영, 영역별 가중치 부여 등을 통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완전한 성적순 선발이 어려워지는 대신 사교육과 경제력의 영향은 다소라도 줄어들지 않겠나. 올해 정시 선발에서 보듯 “서울대는 수학 중시, 연세대는 영어 중시” 식으로 대학이 나름의 특색 있는 선발 원칙을 만들어갈 여지도 생긴다.
동점자 우선선발 과정에 입학사정관을 투입해 사교육을 덜 받았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수험생부터 뽑는 방법도 고민해볼 만하다. 대학은 축적된 학종 노하우를 활용해 같은 조건이라면 잠재력과 가능성이 풍부한 수험생을 뽑는다. 그리고 정부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을 통해 이 같은 대학의 공적 노력을 장려한다. 이상론일까.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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