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도 찾고 한국 아이스하키팀도 가르치고 싶어요"
“진짜 생일은 몰라요. 더 젊을 것 같지 않아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자신의 제자들을 보기 위해 방한한 미국 유명 아이스하키 코치 킴벌리 뮤어 씨(47·사진)는 28일 기자가 ‘정확한 생일은 기억하느냐’고 묻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지금, 내 과거를 되찾고 싶다”며 이같이 답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그가 입양원을 찾아 확인한 건 이름인 ‘김혜민(金惠玟)’이 전부다.

뮤어씨는 빙상계에서 프로 아이스하키 선수를 가르치는 스케이팅 조련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제자들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미국·체코·캐나다 등 아이스하키 강국 대표팀 주전선수로 맹활약했다.

그는 1974년 생후 6개월 때 쓰레기통 옆에서 발견됐다. 순찰을 돌던 경찰이 당시 시립아동병원에 데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네 살 때 시카고의 앨버트·로이스 뮤어 부부에게 입양됐다.

뮤어씨는 여섯 살부터 피겨스케이팅을 배웠다. 1년 만에 피겨 솔로를 선보이며 소질을 나타낸 그는 선수보다 코치를 택했다. 북미 빙상계에서 그의 명성이 빠르게 퍼진 덕에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명문팀 캐롤라이나 허리케인스, 디트로이트 레드윙스 등이 그를 기술코치로 영입했다. 이후 그가 가르친 NHL 선수만 100여 명.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전선수 세 명이 그의 제자다.

NHL 스탠리컵(우승컵)을 두 차례나 들어올린 백지선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총감독이 2016년 그를 코치로 영입하기 위해 직접 미국에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 코치가 남성을 가르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제라도 제안이 오면 일하고 싶은 생각은 있냐’고 묻자 그는 “제안이 오면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