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주석에 '시진핑 오른팔' 왕치산… 부총리에 '경제 책사' 류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진핑, 직계 사단으로 장기집권 포석
부패척결 주도한 '칼잡이' 왕치산
'7상8하' 관례 깨고 전인대 복귀
일대일로 등 대외 과제 해결사로
부총리엔 '시코노믹스 설계자' 류허
미-중 통상갈등 풀기 위해 미국행
외신 "장기집권, 중국 경제 악영향"
부패척결 주도한 '칼잡이' 왕치산
'7상8하' 관례 깨고 전인대 복귀
일대일로 등 대외 과제 해결사로
부총리엔 '시코노믹스 설계자' 류허
미-중 통상갈등 풀기 위해 미국행
외신 "장기집권, 중국 경제 악영향"
국가주석과 부주석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하는 조항을 없애는 중국 헌법 개정안이 28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9기 3중전회)에서 통과됐다. 국가기관의 주요 인사와 국가기구 개혁안도 정해졌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19기 3중전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헌법 일부 수정을 위한 건의’와 핵심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결정 사항은 3월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상정돼 최종 확정된다. 한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가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안건을 부결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3중전회의 결의사항은 전인대에서도 그대로 처리될 전망이다. ◆외교는 왕치산에, 경제는 류허에게
헌법 개정안과 함께 관심을 모은 건 전인대에서 추인받게 될 국가기관 인사안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전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70)와 경제책사로 꼽히는 류허(劉鶴)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사무처장(66)이 맡게 될 직책에 초점이 모아졌다.
왕 전 서기는 국가부주석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7상8하(만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한다)’ 관례에 따라 물러났지만 지난 1월 확정된 전인대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복귀가 확실시돼 왔다.
그는 지난 5년간 부패 척결을 주도하면서 시 주석의 정적 제거에 앞장섰다.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위한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그를 다시 불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왕 전 서기는 앞으로 대외정책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2기를 맞은 시 주석은 당장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해결해야 한다. 자신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따른 세부적인 외교 과제도 산적해 있다. 외교 분야를 관장할 수장으로 왕 전 서기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다.
‘시코노믹스(시진핑의 경제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류 사무처장은 국무원의 경제담당 부총리를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민은행장을 겸직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류 사무처장은 시 주석과 베이징101중학교 동창이다.
그가 부총리에 발탁되면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총리가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통적으로 총리가 관장해온 경제정책을 류 사무처장이 총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그는 미·중 통상갈등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는 시 주석의 특명을 받고 지난 27일 4박5일의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하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백악관에 설명하기 위한 임무도 갖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 주석은 왕치산에게 ‘외교’를, 류허에게 ‘경제’를 맡겨 집권 2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냄으로써 장기집권을 위한 명분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름뿐인 국가주석에 왜 집착하나
중국에서 국가주석은 상징적인 국가원수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다. 행정권은 당 총서기가, 군 통수권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행사한다. 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은 연임 제한이 없어 시 주석은 이 두 직책을 통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시 주석이 헌법까지 바꿔가면서 국가주석을 계속 하려는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의 경제력이 주요 2개국(G2) 수준으로 커지면서 형식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국가주석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주석을 맡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다른 세계 지도자들과 동등하게 만날 수 없다. 시 주석은 지난 5년간 28차례 해외를 방문했다. 방문 국가는 50개국을 넘는다. 역대 그 어느 국가주석보다 많은 횟수다.
국가주석직을 유지함으로써 누구와도 권력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사이 같은 상황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다. 푸틴은 2008년 대통령에서 물러나면서 메드베데프를 후임으로 내세웠지만 이후 둘 사이의 갈등이 적지 않았다.
◆장기집권, 약(藥)일까 독(毒)일까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중국 경제엔 나쁜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이 많다. AP통신은 시 주석이 집권 연장을 위해 경제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개혁·개방을 일정 부분 희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기업인과 경제학자도 기업활동과 투자를 위축시키고 중국 경제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개헌에 지지를 표명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이날 1면 보도를 통해 “개헌 제안이 당과 국가의 새로운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며 “매우 필요하고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중국 공산당은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19기 3중전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헌법 일부 수정을 위한 건의’와 핵심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결정 사항은 3월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상정돼 최종 확정된다. 한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가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안건을 부결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3중전회의 결의사항은 전인대에서도 그대로 처리될 전망이다. ◆외교는 왕치산에, 경제는 류허에게
헌법 개정안과 함께 관심을 모은 건 전인대에서 추인받게 될 국가기관 인사안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전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70)와 경제책사로 꼽히는 류허(劉鶴)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사무처장(66)이 맡게 될 직책에 초점이 모아졌다.
왕 전 서기는 국가부주석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7상8하(만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한다)’ 관례에 따라 물러났지만 지난 1월 확정된 전인대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복귀가 확실시돼 왔다.
그는 지난 5년간 부패 척결을 주도하면서 시 주석의 정적 제거에 앞장섰다.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위한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그를 다시 불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왕 전 서기는 앞으로 대외정책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2기를 맞은 시 주석은 당장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해결해야 한다. 자신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따른 세부적인 외교 과제도 산적해 있다. 외교 분야를 관장할 수장으로 왕 전 서기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다.
‘시코노믹스(시진핑의 경제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류 사무처장은 국무원의 경제담당 부총리를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민은행장을 겸직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류 사무처장은 시 주석과 베이징101중학교 동창이다.
그가 부총리에 발탁되면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총리가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통적으로 총리가 관장해온 경제정책을 류 사무처장이 총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그는 미·중 통상갈등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는 시 주석의 특명을 받고 지난 27일 4박5일의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하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백악관에 설명하기 위한 임무도 갖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 주석은 왕치산에게 ‘외교’를, 류허에게 ‘경제’를 맡겨 집권 2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냄으로써 장기집권을 위한 명분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름뿐인 국가주석에 왜 집착하나
중국에서 국가주석은 상징적인 국가원수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다. 행정권은 당 총서기가, 군 통수권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행사한다. 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은 연임 제한이 없어 시 주석은 이 두 직책을 통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시 주석이 헌법까지 바꿔가면서 국가주석을 계속 하려는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의 경제력이 주요 2개국(G2) 수준으로 커지면서 형식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국가주석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주석을 맡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다른 세계 지도자들과 동등하게 만날 수 없다. 시 주석은 지난 5년간 28차례 해외를 방문했다. 방문 국가는 50개국을 넘는다. 역대 그 어느 국가주석보다 많은 횟수다.
국가주석직을 유지함으로써 누구와도 권력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사이 같은 상황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다. 푸틴은 2008년 대통령에서 물러나면서 메드베데프를 후임으로 내세웠지만 이후 둘 사이의 갈등이 적지 않았다.
◆장기집권, 약(藥)일까 독(毒)일까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중국 경제엔 나쁜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이 많다. AP통신은 시 주석이 집권 연장을 위해 경제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개혁·개방을 일정 부분 희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기업인과 경제학자도 기업활동과 투자를 위축시키고 중국 경제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개헌에 지지를 표명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이날 1면 보도를 통해 “개헌 제안이 당과 국가의 새로운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며 “매우 필요하고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