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못 찾은 부동자금 유입된 듯
저금리에도 은행예금에 돈 몰렸다…작년 증가폭 6년래 최대
초저금리가 지속했는데도 은행 정기예금에 돈이 몰렸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때문에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한 기업들의 대기성 자금이 예금으로 유입되고 대출 자금을 충당하느라 은행들이 예금을 늘린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은 617조4천699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30조4천933억원) 증가했다.

증가율과 증가액 모두 2011년(12.1%, 60조8천95억원) 이후 가장 컸다.

정기예금 잔액이 600조원을 넘긴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예금 기간별로 보면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예금 중심으로 늘었다.

만기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206조4천708억원이었다.

1년 사이 14.4%(26조33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정기예금 증가액의 85%가 1년 미만 정기예금에서 불어난 셈이다.

만기가 1년 이상∼2년 미만인 정기예금(375조1천454억원)은 0.7%(2조4천853억원) '찔끔' 늘었다.

2년 이상∼3년 미만인 정기예금(19조412억원)은 18.5%(2조9천727억원) 증가했다.

3년 이상 장기 예금(16조8천125억원)만 5.6%(9천981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은 가계나 기업이 일정 기간에 돈을 넣어둔 뒤 약정한 이자를 받는 저축성 예금이다.

금리가 낮을수록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11월 말까지 사상 최저인 1.25%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기예금의 이 같은 증가는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기예금 증가 배경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유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낮은 금리를 활용해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다 보니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을 때까지 임시로 단기 예금과 같은 금융상품에 자금을 묶어두다 보니 예금이 불어난 모양새다.

예금 증가는 가계대출 증가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도 있다.

주택 구입 등을 위한 대출 수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대출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예금금리를 소폭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예금 쪽으로 자금을 유인하기도 한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통상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선 예금도 많이 늘어나게 된다"며 "기업, 가계 쪽에서 부채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데 자금을 운용할 곳은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 쪽에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