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 수익구조의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주사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게 취지다. 경제계는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 62개 지주사 대상 수익구조 실태조사 나섰다
공정위는 수익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SK(주) (주)LG (주)GS 등 62개 지주사에 매출 현황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1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다음달까지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사대상은 2016년 말 기준 자산 규모 500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다만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지주사는 5000억원 미만 7개사도 포함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 일가 지분이 집중된 지주사가 계열사로부터 편법적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며 “지주사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정책 마련을 앞두고 데이터 수집 목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조사항목은 △지주사 및 자·손자회사 일반 현황 △배당,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경영컨설팅 수수료 등 최근 5년간 지주사의 매출유형별 규모·비중 △매출유형별 지주사와 자·손자·증손회사와의 거래 현황이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8월까지 지주사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선안은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대기업집단 지주사가 계열사에서 받는 브랜드 수수료 산정 기준을 공시토록 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은 “정부가 지난 20년 동안 기업 구조조정 촉진과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주사 도입을 장려해 놓고서는 이제 와 규제 일변도로 나서고 있다”며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