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팀 킴'이 보여준 스토리텔링의 파워
대한민국에서 열린 첫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스포츠의 승부란 승패를 가리기 위함이라기보다 인간이 가진 한계에 도전하는 스스로의 응전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불가능을 깨고 한계를 뛰어넘는 스포츠 경기는 때때로 우리 생에 잊지 못할 스토리를 선물하곤 한다. 동서양의 많은 영화가 관중을 매혹시킨 세기의 명승부를 스크린에 재현해보고자 함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스포츠 중에서도 동계올림픽을 소재로 한 영화는 꽤 여러 편 제작됐다.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한 작품은 스키점프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가대표’(2009)다.

할리우드 영화 중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작품은 ‘쿨러닝’(1994)이 손에 꼽힌다.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의 이야기로, 이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눈이라고는 오지 않는 썰매 불모지에서 봅슬레이를 시작한 오합지졸 대표팀이 올림픽에 참가해 국민 영웅으로 거듭나는 역경의 스토리는 이번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이 밖에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최근작 ‘독수리 에디’(2016), 피겨 스케이트를 다룬 ‘아이, 토냐’(2017) 등 여러 편이 있지만 대부분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말처럼 스포츠의 전율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데, 영화는 이미 정해진 각본에 따른 결말을 향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실제를 능가하는 스릴을 쌓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 본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깜짝 스타는 단연 경북 의성 출신의 갈릭걸스, ‘팀 킴(Team Kim)’일 것이다. 아마도 올림픽 기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불렸을 이름, 이제는 국민 이름으로 우뚝 선 ‘영미~’로 하나 된 컬링 여자대표팀의 스토리는 요새 본 어떤 영화의 스토리보다 극적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비범한 이야기’가 갖는 스토리텔링의 파워는 강력할 수밖에 없다. 방과후 활동으로 시작한 컬링으로 6~7세부터 컬링 조기교육을 받으며 자란 세계의 엘리트 선수들을 차례로 물리쳤다. 도무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스릴, 절로 웃음 짓게 하는 차진 사투리 대사, 그리고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게’ 시합에 임하는 그들의 열정은 가슴을 울리는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이런 ‘팀 킴’의 매력은 글로벌한 감각까지 지닌 듯하다. 작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문라이트’를 연출한 감독 배리 젠킨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안경선배’를 언급하며 축하의 글을 남겼고 BBC, 가디언 등 외신 역시 이들을 평창올림픽의 깜짝 스타로 꼽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컬링 국가대표팀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해달라는 팬들의 청원과 함께 많은 네티즌이 자체 제작한 패러디 영화 포스터가 다양한 버전으로 전시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갈릭걸스’의 경기에 만약 평점이 매겨진다면 아마도 그 어떤 스포츠 영화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할 것이다. 심지어 이 놀라운 예측불가의 스토리는 무료였으니 누구도 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팀 킴’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승패를 떠나 그들의 스토리를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긴 시리즈로 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