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28일(현지시간) “교역국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호혜적 무역관계를 거절하고 불공정 무역관행을 계속한다면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알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선거 앞두고 보호무역 '파상공세'… "호혜관계 거절땐 대가 치를 것"
백악관은 이날 의회에 제출한 ‘2018 통상정책 아젠다·2017 무역협정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서 이 같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통상 부문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려는 ‘욕심’이 담겼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탁기·태양광전지에 이어 1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수입규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이프가드 등 계속 쓰겠다” 공언

미 무역대표부(USTR)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의 총정리 버전이다. 향후 통상정책 방향을 설명한 ‘2018 통상정책 아젠다’ 부분은 지난해 7페이지였으나 올해 33페이지로 늘었다. 그만큼 할 말이 많았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새해 통상정책의 아젠다로 △국가안보 강화 △미 경제 활성화 △무역협정 개선 △미 통상법 적용 강화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 통상법 적용 강화다.

백악관은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기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계속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6년 만에 발동한 통상법 201조(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1995년 WTO 출범 후 사실상 사문화된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한 수입제한조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막기 위한 통상법 301조 등을 그런 수단으로 꼽았다. 반덤핑·상계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 행위도 그런 방안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논란이 되고 있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수입규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국방부, 국무부 등 행정부 내부뿐 아니라 업계와 의회에서도 반대가 끊이지 않는 조치다.

◆중국 정조준…中 대표단 바쁜 발걸음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어떤 규제 방안을 선택할지, 어느 국가를 규제 대상국에 포함할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 철강은 △모든 국가의 철강을 지난해 수준의 63%로 제한하는 쿼터 설정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24% 관세 부과 △한국과 브라질, 중국, 인도, 러시아 등 12개국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최소 53% 관세 부과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 철강에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12개국에만 53% 이상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백악관은 보고서에서 철강 수입규제를 포함해 앞으로 취해질 무역규제 조치들이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백악관은 “미국은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이 국제 경쟁력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했던 경제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원하는 무역정책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것 같이 미국도 주권 국가로서 자유롭게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향후 국무원 부총리 지명이 확실시되는 류허(劉鶴) 중앙재경위원회 사무처장은 1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보좌관 등을 만나 통상 마찰을 피할 방법 등을 논의한다.

◆한·미 FTA ‘폐기’ 대신 ‘개선’ 언급

백악관은 한국에 대해서도 적잖은 통상 압박을 예고했다. 지난달 세탁기와 태양광전지를 대상으로 발동시킨 세이프가드에 대해서는 “삼성과 LG전자 같은 외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국이 협정 내용을 완전히 이행하려는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FTA 협정 개선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며 목표는 협정 이행과제 이슈 해소, 비관세 장벽 해소를 통한 자동차(부품 포함) 수출 확대 등이라고 적시했다.

백악관은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거절하고 불공정 무역을 계속하는 나라들은 미국이 이익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