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수호"… '반일'보다 '반북'구호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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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서울도심 곳곳서 보수단체 시국집회… 문재인 정부 들어 최대규모
광화문 일대 5만여명 집결
'한미동맹 강화·개헌 반대' 외쳐
'김영철 환대'가 시위규모 키운듯
보수성향 지식인들도 대거 나와
전 외교관·2030세대도 참여
"정부, 여론조사 믿고 정책 강행…야당에 대한 기대도 없어"
광화문 일대 5만여명 집결
'한미동맹 강화·개헌 반대' 외쳐
'김영철 환대'가 시위규모 키운듯
보수성향 지식인들도 대거 나와
전 외교관·2030세대도 참여
"정부, 여론조사 믿고 정책 강행…야당에 대한 기대도 없어"
99주년 3·1절을 맞은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보수성향 단체들이 힘을 모은 이날 집회에는 5만여 명이 참여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문과 북핵위기 고조 등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세력이 세를 과시하는 모습이었다. 광화문 대한문 남대문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를 메운 참가자들은 자유민주주의 수호, 개헌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보수성향 지식인과 2030세대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반일’ 대신 ‘반북’이 압도한 3·1절 집회
집회는 도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태극기행동본부 회원들로 구성된 ‘3·1절연합집회실행위원회’는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구국 기도회를 열었고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애국문화협회, 서울역 앞에서는 대한애국당 등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주최 세력이 다양했지만 주장은 대북정책 전환, 한·미 동맹 강화, 개헌 반대 등으로 비슷했다. 40대 후반 정씨는 “김영철이 환대받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30 참가자 비율이 만만치 않은 점도 주목받았다.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손간판을 들고 나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김모씨(31)는 “정부가 청와대 게시판 등을 통해 지지자들의 여론만 챙기고 반대 목소리는 전혀 국정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진짜 생각을 들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도권 정치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았다.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 다니는 한정수 씨(29)는 “여론조사를 들이밀며 밀어붙이는 정부 정책이 과연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도 “젊은 보수층은 야당에 대한 기대치도 없다”고 밝혔다.
집회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보수세력이 모인다고 해서 나와봤다는 40대 김모씨는 “3·1절 집회에서 반일 구호를 들을 수 없어 실망”이라며 “미국 압박에 동참하는 것으로 북핵문제가 해결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보수지식인·전직 관료·2030 참여 주목
보수성향 지식인의 집회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영훈 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며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일깨우려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철홍 장신대 교수는 “소리 한 번 지르고 끝나는 집회로는 안 된다”며 “단합된 시민들의 힘을 정부에 보여줘 북핵문제 등을 해결하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집회에 처음 나왔다는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광화문 집회 연단에서 “평화를 원하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근현대사연구회 회원들은 프레스센터 앞에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을 알리는 유인물과 차량부착용 스티커를 배포했다.
전직 외교관료들의 참여도 주목받았다.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 등은 이날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동맹 강화’와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을 역설했다. 정부 주도 개헌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새 헌법에는 북한 주민을 어떻게 자유시민으로 부활시켜 인간다운 삶,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인지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반일’ 대신 ‘반북’이 압도한 3·1절 집회
집회는 도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태극기행동본부 회원들로 구성된 ‘3·1절연합집회실행위원회’는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구국 기도회를 열었고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애국문화협회, 서울역 앞에서는 대한애국당 등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주최 세력이 다양했지만 주장은 대북정책 전환, 한·미 동맹 강화, 개헌 반대 등으로 비슷했다. 40대 후반 정씨는 “김영철이 환대받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30 참가자 비율이 만만치 않은 점도 주목받았다.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손간판을 들고 나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김모씨(31)는 “정부가 청와대 게시판 등을 통해 지지자들의 여론만 챙기고 반대 목소리는 전혀 국정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진짜 생각을 들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도권 정치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았다.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 다니는 한정수 씨(29)는 “여론조사를 들이밀며 밀어붙이는 정부 정책이 과연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도 “젊은 보수층은 야당에 대한 기대치도 없다”고 밝혔다.
집회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보수세력이 모인다고 해서 나와봤다는 40대 김모씨는 “3·1절 집회에서 반일 구호를 들을 수 없어 실망”이라며 “미국 압박에 동참하는 것으로 북핵문제가 해결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보수지식인·전직 관료·2030 참여 주목
보수성향 지식인의 집회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영훈 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며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일깨우려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철홍 장신대 교수는 “소리 한 번 지르고 끝나는 집회로는 안 된다”며 “단합된 시민들의 힘을 정부에 보여줘 북핵문제 등을 해결하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집회에 처음 나왔다는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광화문 집회 연단에서 “평화를 원하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근현대사연구회 회원들은 프레스센터 앞에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을 알리는 유인물과 차량부착용 스티커를 배포했다.
전직 외교관료들의 참여도 주목받았다.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 등은 이날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동맹 강화’와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을 역설했다. 정부 주도 개헌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새 헌법에는 북한 주민을 어떻게 자유시민으로 부활시켜 인간다운 삶,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인지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