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연대성명에 피해 익명제보 개강 첫날부터 '봇물'…총학, 공론화 작업 시작
'미투 대나무숲' 등 제보창구 활성화
"불안하시죠?"… '미투 운동' 폭발하는 새학기 대학가
사건팀 = 개강 첫날부터 서울 대학가에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주요 대학 총학생회와 자치단체들은 2일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미투 운동은 성폭력을 고발하는 한 창구가 될 것이고 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대학 사회 역시 성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러분이 낸 용기들에 연대해 더 성평등한 대학 사회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적혔다.

이 성명에는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서울대 페미니즘 모임 '지금, 여기: 관악의 페미들', 중앙대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 연세대 총여학생회, 고려대 여학생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의 미투 운동을 간접적으로 돕고자 나섰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부교수는 학생회나 노조 등이 구성원들의 성폭력 경험을 효과적으로 조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김 부교수는 "한 대학 학생회가 성폭력 경험 조사를 위한 설문지를 보내며 조언을 구해왔는데, (해당 설문지로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없을 것 같았다"면서 "전국에서 수많은 모임이 성폭력 현황을 파악하려고 할 것 같아 워크숍을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각 대학의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게시판)인 '대나무숲'에는 과거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러 건의 제보 글이 올라와 있었다.

명지대 대나무숲에는 이 대학 뮤지컬과 학생이라는 네티즌이 한 교수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미투 운동으로 전국 곳곳 연극영화과가 들썩이는 지금 명지대 xxx과 교수님 중 한 분이 강렬하게 기억난다"면서 "술자리에서 뽀뽀, 터치, 성적 발언 등… 선배, 후배, 동기, 그리고 제가 당한 많은 것들은 입에 올리기도 싫을 만큼 추잡스럽고 교묘했다"고 적었다.

연세대 대나무숲에도 교수로부터 성적인 피해를 봤다는 듯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미투 운동에 혹시나 본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내가 했던 짓이 알려지지 않을까, 고소당하지 않을까 (교수가) 미친 듯이 불안해했으면 좋겠다"면서 "그 불안감에 교수님이 또 다른 피해 학생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나 하나로 끝났으면 한다"고 썼다.

남성 피해자도 있었다.

한양대 대나무숲에는 자신이 남자라고 밝힌 글쓴이가 "여성들의 고백마저 끝없이 의심받고 공격받는 것을 보며 저와 같은 남성 피해자들은 더욱 숨을 수밖에 없다"며 "성범죄 피해가 없는 분들도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면서 9년 전에 일어났다는 사건을 거론했다.

총학은 "한 교수는 당시 학생에게 '여행 가자', '애인 하자'는 등 발언을 했다"면서 "학교는 쉬쉬하며 3개월 감봉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해당 교수의 공식적 사과와 학생 의견이 반영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단위 학생자치조직은 교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들어갔다.

20여 년 전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김태훈 교수가 자진 사퇴하는 홍역을 치른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학생회는 학내 성폭력상담센터와 함께 성폭력피해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TF는 학과 내에서 일어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에 대한 제보를 오픈 카카오톡, 메일 등으로 받고, 사실로 확인되면 공론화하고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로 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미투 제보 글을 올리는 별도의 대나무숲 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또 신원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피해자를 위해 오픈 카카오톡으로도 별도로 제보를 받기로 했다.

학생들은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이번 기회에 '약자'인 학생을 상대로 성적 '갑질'을 해온 교수들에 대한 고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총학 관계자는 "오늘 개강했으니 다음 주쯤이면 미투 관련 인터넷 제보 글이나 폭로 대자보가 본격적으로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투운동은 특정 울타리를 넘어 사회 일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는 '미투 대나무숲'이 개설됐다.

글 게시를 원하는 사람이 운영자에게 익명으로 제보하면 글이 올라오는 곳이다.

이 페이지에는 학교 선배, 가족, 종교인, 동료 직원 등에게 당한 각종 성추행, 성폭행 피해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