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3無 선거'로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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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의 교육라운지]
"후원금·기부금, 선거펀딩, 출판기념회 없애자"
누구 뽑을지에 앞서 어떻게 뽑을지 고민할 때
"후원금·기부금, 선거펀딩, 출판기념회 없애자"
누구 뽑을지에 앞서 어떻게 뽑을지 고민할 때
6·13지방선거를 100일가량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시청에서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책 제목은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 흡사 출마선언문 같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축사를 맡았다. 출정식 지지발언 느낌이었다.
책을 낸 것을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철학과 비전을 담아 쓴 책은 후보자의 이력과 생각을 꼼꼼히 따져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출판기념회라는 ‘형식’이다. 1만5000원짜리 책을 받아들면서 건네는 흰 봉투에 얼마가 들었는지 알 길이 없어서다. ‘선거용 출판기념회’ 비판 여론에 정치권은 규제 입법까지 추진했으나 흐지부지 됐다. 덕분에 조 교육감뿐 아니라 각 지역 교육감 후보들의 출판기념회 소식이 잇따른다.
정가로만 판매하거나, 구입 가능 권수에 상한을 두거나, 판매 내역을 공개하거나… 찾자면 방법은 있다. 후보들이 굳이 그런 ‘자충수’를 두지 않을 뿐이다. “투명하게 임하겠다”며 중뿔나게 나서지만 않으면 모인 봉투 속 돈을 선거자금으로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점에선 진보와 보수가 갈리지 않는 것 같다.
누구를 뽑을지에 앞서, 어떻게 선거를 치를 것인가. 유권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다. 특히 교육감선거가 그렇다. 교육감은 정치인이기보다 교육자여야 한다. 강제할 수는 없으되 후보자에게 보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게 마땅하다. ‘돈 선거’에서 벗어나자는 얘기다.
그간 교육감선거 방식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법학자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교육감과 지자체장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르는 법 개정을 제안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묻혀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란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을 지낸 천세영 충남대 교수는 아예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했다. 직선제로 인한 교육의 정치화와 포퓰리즘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차기 선거부터 간선제로 전환해 지방의회 동의, 지자체장 추천, 대통령 임명 절차를 밟아 교육감을 뽑자”고 했다. 정리하면, 대중적 인지도가 낮고 소속 정당도 없지만 전국 규모 직선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감 후보자의 ‘현실적 고충’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그러므로 인지도를 높이고, 어느 당의 유력 정치인과 한 배를 탔는지 과시할 수 있으며, 합법적으로 선거자금도 모금하는 출판기념회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청렴하고 강직한 교육자로서의 교육감과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러므로, 돈 선거에서 탈피하는 선거개혁은 필요하다. 이를테면 후원금·기부금 받지 않기, 선거 펀딩(funding) 하지 않기, 출판기념회 열지 않기, 이러한 ‘3무(無) 선거’는 어떨까. 기자의 머릿속 생각이 아니다. 수도권 유력 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내건 교육감선거의 조건이다.
해당 인사가 실제로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직 공무원인 그가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면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직 사퇴시한을 앞두고서도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조건부 출마 방침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가 개인적 욕심으로 교육감을 하겠다고 스스로 나서는 것은 명분도 실익도 없는 일입니다. 시민의 명령을 공식적으로 확인(여론조사)하지 않고 출마하는 일은 없습니다.” 출마 시엔 돈 선거 탈피를 다짐했다. “정직하고 깨끗한 새로운 교육감선거의 표준을 만들겠습니다. 3무 선거로 누구에게도 금전적 부담을 주지 않고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 선거를 하겠습니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 중요하다. 어떻게 뽑을 것인가. 더욱 중요하다. 시스템의 문제라서 그렇다. 편 가르기 할 사안도 아니다. 깨끗한 교육감이 먼저고 진보냐 보수냐는 유권자가 차후 선택할 일이다. 하여 바란다, 해당 인사의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전국 교육감 후보들이 ‘3무 선거’를 공통공약으로 채택하기를.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책을 낸 것을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철학과 비전을 담아 쓴 책은 후보자의 이력과 생각을 꼼꼼히 따져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출판기념회라는 ‘형식’이다. 1만5000원짜리 책을 받아들면서 건네는 흰 봉투에 얼마가 들었는지 알 길이 없어서다. ‘선거용 출판기념회’ 비판 여론에 정치권은 규제 입법까지 추진했으나 흐지부지 됐다. 덕분에 조 교육감뿐 아니라 각 지역 교육감 후보들의 출판기념회 소식이 잇따른다.
정가로만 판매하거나, 구입 가능 권수에 상한을 두거나, 판매 내역을 공개하거나… 찾자면 방법은 있다. 후보들이 굳이 그런 ‘자충수’를 두지 않을 뿐이다. “투명하게 임하겠다”며 중뿔나게 나서지만 않으면 모인 봉투 속 돈을 선거자금으로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점에선 진보와 보수가 갈리지 않는 것 같다.
누구를 뽑을지에 앞서, 어떻게 선거를 치를 것인가. 유권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다. 특히 교육감선거가 그렇다. 교육감은 정치인이기보다 교육자여야 한다. 강제할 수는 없으되 후보자에게 보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게 마땅하다. ‘돈 선거’에서 벗어나자는 얘기다.
그간 교육감선거 방식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법학자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교육감과 지자체장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르는 법 개정을 제안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묻혀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란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을 지낸 천세영 충남대 교수는 아예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했다. 직선제로 인한 교육의 정치화와 포퓰리즘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차기 선거부터 간선제로 전환해 지방의회 동의, 지자체장 추천, 대통령 임명 절차를 밟아 교육감을 뽑자”고 했다. 정리하면, 대중적 인지도가 낮고 소속 정당도 없지만 전국 규모 직선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감 후보자의 ‘현실적 고충’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그러므로 인지도를 높이고, 어느 당의 유력 정치인과 한 배를 탔는지 과시할 수 있으며, 합법적으로 선거자금도 모금하는 출판기념회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청렴하고 강직한 교육자로서의 교육감과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러므로, 돈 선거에서 탈피하는 선거개혁은 필요하다. 이를테면 후원금·기부금 받지 않기, 선거 펀딩(funding) 하지 않기, 출판기념회 열지 않기, 이러한 ‘3무(無) 선거’는 어떨까. 기자의 머릿속 생각이 아니다. 수도권 유력 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내건 교육감선거의 조건이다.
해당 인사가 실제로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직 공무원인 그가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면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직 사퇴시한을 앞두고서도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조건부 출마 방침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가 개인적 욕심으로 교육감을 하겠다고 스스로 나서는 것은 명분도 실익도 없는 일입니다. 시민의 명령을 공식적으로 확인(여론조사)하지 않고 출마하는 일은 없습니다.” 출마 시엔 돈 선거 탈피를 다짐했다. “정직하고 깨끗한 새로운 교육감선거의 표준을 만들겠습니다. 3무 선거로 누구에게도 금전적 부담을 주지 않고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 선거를 하겠습니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 중요하다. 어떻게 뽑을 것인가. 더욱 중요하다. 시스템의 문제라서 그렇다. 편 가르기 할 사안도 아니다. 깨끗한 교육감이 먼저고 진보냐 보수냐는 유권자가 차후 선택할 일이다. 하여 바란다, 해당 인사의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전국 교육감 후보들이 ‘3무 선거’를 공통공약으로 채택하기를.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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