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일 오후 3시24분

지난달 발행된 회사채에 투자하기 위해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낸 매수 주문이 사상 처음으로 13조원을 돌파했다. 우량 회사채 발행 금리가 약 3년 만에 연 3%를 넘나들면서 투자 매력이 커지자 연초 운용자금이 넉넉한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곳간’을 회사채로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수요가 많은 것을 확인한 기업들도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회사채 발행 물량을 늘리며 선제적인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 몰리는 기관 ‘뭉칫돈’

2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발행된 회사채의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에 들어온 청약금 규모는 13조2880억원(월간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회사채 흥행 ‘열풍’이 불었던 작년 2월에 작성된 종전 최대 기록(12조9180억원)을 뛰어넘는 숫자다. 월간 청약 경쟁률도 3.70 대 1로 지난 1월의 3.74 대 1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기관의 수요가 몰리자 기업들은 발행 규모를 계획보다 늘렸다. 이 결과 LG화학 SK텔레콤 현대건설 등 25개 기업이 2월 5조508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증권신고서에 적어 낸 발행 예정액보다 53.4% 불어난 수치다. 월간 발행 규모로는 역대 4위다.
2월 회사채 청약 13조 '역대 최대'
회사채 발행시장에 뭉칫돈이 들어오는 것은 채권 발행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 매력이 커져서다.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시가평가한 신용등급 ‘AA-’ 회사채 5년물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10월26일 연 3.05%로 2014년 9월23일(연 3.007%) 이후 3년1개월 만에 연 3%를 돌파했다. ‘A+’ 3년 만기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도 지난해 10월20일 연 3.63%로 3년여 만에 연 3% 수준을 회복했다. 연초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주요 채권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금리 상승기에 채권 가운데 회사채만큼 수익률을 방어하기 좋은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금리가 하락하면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를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 수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시장이 예년보다 일찍 폐장 수순을 밟으면서 평소보다 대기 수요가 많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달간 회사채를 담지 못한 기관들은 올초 유입된 신규 자금까지 더해 풍부한 ‘실탄’을 들고 적극적인 ‘사자’에 나서고 있다.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도 넉넉한 투자 수요를 확인하고 차례로 채권 발행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평가다.

◆개인도 ‘고금리’ 채권투자 가세

기관들이 연 3%대 금리의 우량 회사채를 담고 있는 가운데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연 4% 이상을 주는 ‘고금리’ 회사채에 투자하려는 개인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달 7일 신용등급 ‘BBB+’인 한진이 1년6개월 만기 회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104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연 4.09%(발행 기준)의 금리를 눈여겨본 개인들이 증권사 소매판매 부서를 통해 발행된 채권 대부분을 사간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짧은 단기물이 늘면서 회사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며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올리려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채 발행시장의 수요 우위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채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박성원 KB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기관투자가들이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채 선호 현상은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기열/김진성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