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직원들이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자동차 강판에 쓰이는 냉연제품의 포장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직원들이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자동차 강판에 쓰이는 냉연제품의 포장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이 수입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당초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에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 ‘관세 폭탄’을 맞은 상황에서 원가경쟁력을 붕괴시키는 결정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는 당장 올해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이 절반가량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금액은 32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줄줄이 적자 예고

국내 업체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제품 가격은 현지 미국산보다 평균 15~20% 정도 낮다. 그만큼의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면 한국산 철강제품 가격은 미국산을 훌쩍 웃돈다. 62.57%, 66.04%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포스코의 열연제품과 냉연제품의 경우 25%의 추가 관세를 받으면 관세율이 90%에 달한다. 시장 가격보다 두 배나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무리 당장 대체 불가능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높은 가격에 우리 제품을 사줄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격경쟁도 부담스럽지만 거의 모든 제품 수출이 적자로 돌아서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철강업계가 미국 수출을 통해 얻는 영업이익률은 5~6%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일부 경쟁력을 갖춘 품목은 간신히 이익을 내겠지만 대부분 적자 수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포스코 냉연 관세율 91%로 치솟아… 대미 수출길 사실상 막혀
업체별로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업체보다 세아제강, 넥스틸 등 주로 강관을 수출하는 중견 철강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회사의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 비중이 1.2% 수준인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제철(16%), 동국제강(15%) 등은 다른 지역으로 수출 물량을 돌릴 여지가 있다.

하지만 세아제강, 넥스틸, 휴스틸 등은 미국 수출 비중이 70~90%에 달한다. 휴스틸은 미국 정부의 관세 조치로 올해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 관계자는 “전체 매출 가운데 40%가량을 미국에서 거두는 상황에서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도 적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넥스틸 역시 올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박효정 넥스틸 사장은 “미국 철강업체들이 이번 관세 인상에 보조를 맞춰 가격을 함께 올리면 어느 정도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현지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을 모조리 쫓아내려고 마음먹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알루미늄은 큰 타격 없어

업계는 한국산 철강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미국 기업이 완제품 사양에 당장 변화를 주기 어려운 만큼 국내 제품 수입을 전면 중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가격대와 물량 모두에서 수요·공급처가 동시에 만족할 여지가 많지 않은 만큼 전체적으로 올해 대미 수출은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국내 철강업계의 미국 수출은 32억달러로 강관은 이 중 52.9%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정용 강관을 중심으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전년 대비 1조5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으로 수출될 세계 철강제품이 유럽과 아시아지역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과당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2차 피해’를 우려했다. 철강업계는 이에 따라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과 별개로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트럼프 행정부를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알루미늄 가공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10% 관세 부과 조치에도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알미늄, 동원시스템즈, 동일알루미늄, 삼아알미늄 등이 미국에 주로 식품포장용 ‘호일’을 수출하고 있지만 그동안 중국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관세를 적용받아 어느 정도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대규/박재원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