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급파된 김진표… 한미 통상·안보 현안 '막후 협상' 역할하나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미국과의 경제통상 현안을 논의하는 방문단 대표 자격으로 미국에 급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방미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정부 고위 핵심 인사들과의 만남이 예정돼 김 의원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여권과 청와대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달 22일 타계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 조문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철강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는 방문단의 국회 대표 자격으로 지난 1일 출국했다. 김 의원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 행정부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하는 그레이엄 목사의 장례식에 한국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정부 및 국회 관계자 가운데 장례식에 초청받은 인사는 김 의원이 유일하다. 형식은 국회 대표 자격이지만 김 의원은 방미 기간에 윌버 로스 상무장관,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 등 통상·외교와 관련한 고위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의 접촉 과정에서 통상 문제뿐 아니라 대북 특사 파견 등 안보 현안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전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그레이엄 목사가 미 정부의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민간인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김 의원을 국회 대표 자격으로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이번 방미가 주목되는 것은 그레이엄 목사 일가와 트럼프 대통령의 각별한 관계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목회자로 평가받은 그레이엄 목사의 뒤를 이은 장남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지도자로 꼽힌다. 매주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펜스 부통령이 참석하는 조찬 기도회를 열 정도로 긴밀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보수 개신교계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프랭클린 목사는 특히 지난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 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기여했다. 김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6월 친분이 있는 종교계 인사를 통해 프랭클린 목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 의원의 초청을 받은 그는 “한국의 새 대통령을 만나는 일이라면 당장 가겠다”며 당시 머물고 있던 알레스카에서 직접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몰고 한국을 찾았다. 청와대에서 1시간 동안 문 대통령과 면담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전달해 정상회담의 성공적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평가다. 이 관계자는 “프랭클린 목사는 현재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최근 한·미 간 통상 문제뿐 아니라 대북 특사 파견에 앞선 한·미 간 의견 조율 등 여러 현안을 비공식 채널에서 다루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