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 총재 연임… '나눠먹기 단임' 악습 없애는 계기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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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역량·권위 인정 않는 "나도 해보자" 만연
정부·기업·대학 기반 허무는 단기성과주의 심각
'VUCA시대' 헤쳐나갈 긴 안목의 리더십 중요
정부·기업·대학 기반 허무는 단기성과주의 심각
'VUCA시대' 헤쳐나갈 긴 안목의 리더십 중요
문재인 대통령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을 결정한 것은 여러 면에서 우리 사회에 의미가 큰 메시지를 던졌다. 40년 넘게 불변의 공식처럼 돼있던 중앙은행 총재의 ‘4년 단임’ 관행이 단번에 무너졌다. 이웃 일본이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를 지난달 연임시킨 것을 남의 나라 일로 여겼던 이들이 대다수였으나, 정부는 이번 결단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청와대는 연임을 결정한 배경으로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 보장”과 함께 “미국 등 주요국은 중앙은행 총재가 오래 재임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통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부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대신, 더 강한 ‘역할과 책임(R&R·role&responsibility)’을 주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총재가 연임 결정 직후 “4년 전 총재 지명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1998년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아 정부로부터 독립한 이후 처음 연임하게 되는 이 총재는 한은 중립성을 더욱 굳건히 하면서 글로벌 금리 급변기를 잘 헤쳐나가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이 총재 연임을 계기로 조직 운영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필요한 곳은 한은만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대학, 기업, 금융계 등도 단기 성과주의나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일관되고 지속적인 리더십 확보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거꾸로여서다. 일부 오너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번의 짧은 임기를 마치면 물러나야 하는‘단임(單任)·단임(短任)’이 철칙처럼 작동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단임(單任)·단임(短任)’의 악습이 자리잡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통찰력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의 권위와 전문성을 경시하는 ‘누가 맡는다고 못 하겠느냐’는 인식과 ‘나도 좀 해보자’는 자리욕심을 두루 채워주려는 나눠먹기 풍조는 너무나 뿌리 깊다. 선진국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고질병이다.
선진 사회에서는 장관이건 은행장이건 대학 총장이건 리더십이 뛰어나면 연임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2012년부터 6년째 아베노믹스를 이끌어가고 있고, 두르 길핀 파우스트 미 하버드대 총장은 12년을 재직하고 오는 6월 말 퇴임한다. 2005년 취임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회사를 미국 최대 금융그룹으로 키워낸 공을 인정받아 올해 임기가 5년 더 연장됐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거세게 밀려오고 있는 지금은 모든 것이 어떻게 변할지 알기 힘든 ‘VUCA 시대’라고 한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럴수록 통찰력과 경륜을 두루 갖춘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매너리즘에 빠진 리더를 그냥 둬서도 안 되겠지만, ‘좋은 자리는 나눠서 누리자’는 인식의 적폐에 우리 사회가 골병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할 때다.
청와대는 연임을 결정한 배경으로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 보장”과 함께 “미국 등 주요국은 중앙은행 총재가 오래 재임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통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부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대신, 더 강한 ‘역할과 책임(R&R·role&responsibility)’을 주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총재가 연임 결정 직후 “4년 전 총재 지명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1998년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아 정부로부터 독립한 이후 처음 연임하게 되는 이 총재는 한은 중립성을 더욱 굳건히 하면서 글로벌 금리 급변기를 잘 헤쳐나가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이 총재 연임을 계기로 조직 운영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필요한 곳은 한은만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대학, 기업, 금융계 등도 단기 성과주의나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일관되고 지속적인 리더십 확보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거꾸로여서다. 일부 오너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번의 짧은 임기를 마치면 물러나야 하는‘단임(單任)·단임(短任)’이 철칙처럼 작동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단임(單任)·단임(短任)’의 악습이 자리잡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통찰력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의 권위와 전문성을 경시하는 ‘누가 맡는다고 못 하겠느냐’는 인식과 ‘나도 좀 해보자’는 자리욕심을 두루 채워주려는 나눠먹기 풍조는 너무나 뿌리 깊다. 선진국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고질병이다.
선진 사회에서는 장관이건 은행장이건 대학 총장이건 리더십이 뛰어나면 연임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2012년부터 6년째 아베노믹스를 이끌어가고 있고, 두르 길핀 파우스트 미 하버드대 총장은 12년을 재직하고 오는 6월 말 퇴임한다. 2005년 취임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회사를 미국 최대 금융그룹으로 키워낸 공을 인정받아 올해 임기가 5년 더 연장됐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거세게 밀려오고 있는 지금은 모든 것이 어떻게 변할지 알기 힘든 ‘VUCA 시대’라고 한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럴수록 통찰력과 경륜을 두루 갖춘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매너리즘에 빠진 리더를 그냥 둬서도 안 되겠지만, ‘좋은 자리는 나눠서 누리자’는 인식의 적폐에 우리 사회가 골병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