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 기술격차 줄이기 '잰걸음'…인텔은 중국 '눈치보기'(?)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맏형'격인 미국 인텔과 중국 최대 반도체 설계업체인 칭화유니그룹이 최근 메모리 기술 개발과 관련한 제휴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두 업체의 협력이 구체화할 경우 글로벌 시장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구성된 '반도체 코리아'가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업계와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칭화유니그룹의 두 자회사인 'UNIC 메모리 테크놀러지', '양츠 메모리 테크놀러지'와 낸드플래시 부문의 중장기 협력 방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D램과 함께 메모리 시장을 양분하는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스마트폰 등 휴대용 기기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에 주로 사용된다.

양측은 인텔이 낸드플래시 웨이퍼를 공급하고, 중국 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다양한 메모리 제품을 설계·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제휴 논의는 올 초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3위권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수년간 진행해온 낸드메모리 공동 개발을 중단한 뒤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는 인텔이 세계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강자'로 꼽히는 같은 나라의 마이크론과 협력을 중단한 뒤 곧바로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낮은 중국 업체에 손을 뻗은 데에는 단순한 시장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의도나 배경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텔은 CPU 칩셋의 보안 결함을 미국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채 중국 업체들에게 먼저 알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면서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 가능성, 중국 시장의 잠재력 등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텔과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제휴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3D X포인트'를 개발하면서 기존 낸드메모리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업체와 '연합전선'을 구축할 경우 우리 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가뜩이나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장이 공급 과잉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두 강대국 업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다른 업체들과 여전히 큰 기술격차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최근 미·중 양국의 '통상 전쟁' 등을 감안하면 당장 우려할 만한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 반론도 있다.
인텔·칭화유니, 기술협력 논의… '샌드위치'된 반도체코리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