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간 국내 신발업체들이 돌아오면서 국내 신발산업도 재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 기능을 강화하고 자동화를 적극 추진한다면 국내에서도 신발산업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최근 2년 임기의 제14대 한국신발산업협회장에 오른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사진)은 5일 “신발산업 메카인 부산을 중심으로 신발 완성품 제조회사와 원부자재 업체들이 상생 경영을 하고 핵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 등에 나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회장은 13대 협회장을 지낸 데 이어 지난달 연임에 성공했다.

‘신발의 고장’ 부산에서 재도약

국내 신발산업 재도약의 거점은 단연 부산이다. 부산에선 국비와 시비 119억원이 투입된 ‘한국신발관’이 지난달 26일 문을 열었다. 이곳은 중소 신발업체의 글로벌 마케팅 전초기지 역할을 할 예정이다.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단지에 조성되는 신발산업집적화단지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떠난 국내 신발업체를 위한 공간(면적 8만1861㎡, 총 사업비 1959억원)으로 올해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연면적 2만477㎡, 총사업비 417억원)도 10월께 완공된다.
문 회장은 “부산의 신발산업 인프라가 확충되는 만큼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중소 신발업체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1~2년 새 국내 신발업체 수출이 늘고 있는 건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글로벌 신발메이커들이 한국으로 주문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한국 업체들도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전부 옮겨갈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기능, 완제품 생산시설 일부를 국내에 두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발업체 트렉스타는 2016년 중국 톈진공장을 매각했고 올해 부산 녹산산단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문 회장은 “한국 신발업체가 많이 진출한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국내 신발산업계를 연결하는 협의체를 올해 구성하고 서로 교류하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자동화로 원가비용 낮춰야

문 회장은 올해 초 중소기업인 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청와대 행사에 초대됐다. 삼덕통상 국내 직원 302명 전원이 정규직인 데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등을 맡았던 이력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는 2007년 중국 칭다오의 공장을 개성공단으로 옮겼다. 이 공장은 직원 수 3100여 명으로 개성공단 내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시련이 닥쳤다. 그는 “당시 연간 350만~400만 켤레를 생산했는데 당장 바이어에게 납품할 물량을 맞추기 위해 중국 20여 곳의 하청공장에 물건을 맡겼다”며 “그런데 삼덕통상이 곤란한 상황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비용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베트남 호찌민 근처에 생산공장 두 곳을 마련했다. 지금은 고용 인원이 2500명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신규 공장을 인수해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문 회장은 “아디다스의 독일 내 스마트공장(스피드 팩토리) 사례처럼 국내 신발업계도 해외 진출과 더불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자동화에 관심이 많다”며 “발주처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생산하면서도 원가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발 분야를 더 이상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만 접근하지 않도록 협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국내 실정에 맞는 자동화 생산기술을 준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