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에 이어 중국도 통화긴축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는 ‘6.5% 안팎’을 제시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통화 및 성장정책을 발표했다.

리 총리는 “온건하고 중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적정 완화와 적정 긴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긴축’이란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한 것은 2014년 11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해온 이후 처음이다.
중국, 첫 '통화긴축 시그널'… 중속성장으로 부채 리스크 차단 의지
◆통화정책, 긴축으로 가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과 관련해 ‘긴축’이란 표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지도부가 올해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갈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응해 중국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은 곳곳에서 제기됐다.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말 열린 중앙경제정책회의에선 “통화 공급의 수도꼭지를 ‘관주(管住·통제 관리)’하겠다”고 표현했다. 전년 회의에서 사용한 ‘조절(調節)’한다는 단어보다 강해진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도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통화 공급량의 둔화는 부채비율을 낮추는 열쇠”라며 “올해 정부의 통화정책이 더 긴축적인 방향으로 시행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런 기조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 비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2.6% 수준으로 정했다. 이는 지난해의 3.0%보다 0.4%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중국은 2012년 이후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치를 낮춘 적이 없다. 리 총리는 “경제 안정을 바탕으로 재정 수입이 늘어날 기반이 마련된 데다 거시경제 조정을 위해 더 많은 정책적 공간을 남겨두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중점 추진할 경제정책으로 부채 축소를 통한 금융 리스크 방지를 내세운 것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137조원 규모 감세 추진

리 총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력한 감세 정책을 펼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 정부는 작년 3월 전인대에서 기업의 연간 세금 부담을 5500억위안(약 93조원) 줄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는 기업과 개인의 세금 부담 8000억위안과 사회보험 등 각종 비용 부담 3000억위안을 줄여주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대규모 감세를 의식한 조치로 분석된다.

리 총리는 “제조업과 운송업 분야 세율 인하를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며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세금 납부 기준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저소득 사업자의 세금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설비투자와 관련한 세액 공제 규모가 뚜렷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의 세금공제 혜택을 올해 안에 확정하고, 물류기업의 창고용 토지에 더 많은 세금 우대 혜택을 줄 계획이다. 부가가치세도 세율 등급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고 세율 수준도 조정할 방침이다. 기업의 세금 외 각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5대 보험료와 적립금 납부 비율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일반 상공업용 전기요금도 10%가량 인하할 예정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작년과 같은 ‘6.5% 안팎’으로 정해 본격적인 중속(中速)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해 잡았던 목표치와 같지만 작년 성장률(6.9%)에는 못 미친다. 이는 현재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성장 목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리 총리는 “경제 기본 국면과 취업 창출력으로 볼 때 6.5% 성장률을 확보하면 비교적 충분한 취업이 이뤄질 수 있다”며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에서 고품질 성장으로 전환하는 현실에도 맞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3% 정도로 억제하고 도시 실업률은 5.5% 이내로 통제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