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치 연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김치를 전통방식대로 대량 생산하는 데 집중했지만 지금은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김치와 김치유산균 항균제를 개발하는 등 수준 높은 연구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김치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김치의 다양한 효능이 입증되고, 이와 관련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김치가 신종플루, 조류독감 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최초로 입증됐다. 김치 섭취를 통해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 대상, 세계김치연구소, 고려대 등 공동연구팀은 김치를 발효 과정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제조하고, 각각의 시료를 바이러스 감염세포 및 동물에 투여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억제효과를 확인했다. 2주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김치추출물을 투여한 생쥐의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생쥐에 비해 30% 이상 높았다. 김치 원료 중에서는 파와 생강에서 항바이러스 효능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집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는 김치유산균을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앞서 2001년에는 김치유산균을 활용한 항균제도 개발했다.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 ENT’는 100% 식물성 원료인 국내산 배추를 발효해 만든 천연항균제다. 식품에 해를 끼치는 미생물로부터 식품을 보호하는 강력한 항균효과가 있다. 부패를 유발하는 미생물을 억제해 식품의 유통기한을 두 배가량 연장할 수 있다. 김치뿐만 아니라 음료, 건강기능식품, 제과, 편의식품 등 다양한 식품에 활용됐다. 김치유산균의 활용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상의 종가집은 지난해 농식품부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김치에서 우수한 발효능력과 기능성을 가진 김치유산균을 탐색하고 선별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맛이 좋고 발효능력이 뛰어난 김치발효종균(DRC1506)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대상은 이를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 종가집김치아이’로 명명하고 김치생산종균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세계 계통분류 학회지에도 등재됐다. 대상은 새로 개발한 균주를 지난해 2월부터 생산한 종가집 김치에 김치생산종균으로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 김치는 독감 등 질병 예방뿐만 아니라 간 기능 개선 등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대상 중앙연구소에서 김치 연구를 이끌고 있는 류병희 박사는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에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김치는 그 자체로 건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무궁무진한 기능성 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천연 원료”라며 “앞으로 건강 기능성을 극대화한 김치 개발을 위해 더 연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