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대화 무드 고려해 전체적인 '톤' 조절한 듯
'도발 용납 않는 군사력' 강조하면서도 "北과 대화해야"
국군의날 기념사에 없던 '남북대화', 육사 졸업식 축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발표한 축사는 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이 평양에 가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남북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강한 군대와 튼튼한 안보를 구축하는 주역인 젊은 장교들에게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 등을 주문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국방 분야의 목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안보의 중요성을 한결같이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대목의 '톤'에서는 국군의 날 기념사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대북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의 전기가 될 북미 대화와 3차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와중에 자칫 수위가 높은 발언이 '판'을 그르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대화'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육사 졸업식 축사에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근간은 도발을 용납하지 않는 군사력과 안보태세"라면서도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교로서의 본분은 분명하게 강조하되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때와는 다르게 화해 무드가 조성된 상황에서 한편으로 강조되는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튼튼한 안보태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도 어느 정도 순화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핵과 미사일 대응능력을 조속히, 그리고 실효적으로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만 언급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리던 9월은 그달에만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하는 등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북 간 긴장감이 팽팽해진 시기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북의 도발에 대응하는 자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고 평화를 지킬 것"이라면서 "북한의 도발을 막고, 반드시 핵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을 압도하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북핵 억지 능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기는 군대가 돼야 한다"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