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힘드냐고요? 이젠 하소연도 안 나옵니다. 포기했습니다.”

경기지역에 있는 J섬유의 K사장. 지난 5일 기자와 만나 “공장을 정리하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가슴을 쳤다. 1990년대 초반까지 편직기계 70대를 돌리던 공장이었다. 지금은 달랑 24대다. 대당 5000만원짜리 기계를 500만원에 내놔도 인수할 업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탈진한 섬유 기업인 "이젠 다 포기"
완전히 탈진 상태에 빠진 국내 섬유업계의 현주소다. 진작부터 ‘사양산업의 대명사’로 찍혀온 터이지만 요즘은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 숨돌릴 틈 없이 쏟아지는 판에 중국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인건비가 훨씬 싼 나라의 제품을 이기려야 이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고기능성 제품도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섬유 수출액은 137억4200만달러로 2011년(160억5200만달러)에 비해 14% 줄어든 반면 수입액은 역대 최고치인 151억달러를 찍었다. 6년 전보다 24%가량 증가했다.

산업의 대형화·전문화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국의 50명 미만 섬유업체는 2만2383곳으로 전체의 98%에 달했다. 이 가운데 1만9000여 개가 10명도 안 되는 노동력으로 근근이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상승이 극히 취약한 구조다.

업계 자체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기사를 써봐야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