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열전] "대학병원 뺨치는 노인 요양병원… 병상만 900여개, 몇 달씩 대기"
김선태 참예원의료재단 이사장(52·사진)은 2001년 서울 화곡역 근처에 노인요양병원을 열었다. 서울에는 노인요양병원이 없던 때다. 관할 보건소 직원조차 “요양병원을 한적한 시골에서 해야지 왜 서울에 여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중풍 치매 등에 걸린 노인은 매달 300만~400만원 정도를 내고 한방병원에 입원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1년치 의료비가 집 한 채 값이었다. 김 이사장은 서울에도 저렴한 요양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인 건강도 챙기고 가족 행복도 지키는 길이라 여겼다.

예상은 적중했다. 155병상 규모 노인요양병원에 환자들이 몰렸다. 1년 만에 2개층을 증축했다. 17년 만에 대학병원 수준의 노인 의료재단으로 성장했다. 운영 중인 병원은 송파참노인요양병원 성북참병원 서초참요양병원 등 세 곳이다.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도 위탁 운영하고 있다. 노인 환자를 보는 병상만 900개다. 김 이사장은 “노인 환자가 안전하게 내 집처럼 머물다 갈 수 있는 병원”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2016년 서초참요양병원을 열었다. 그동안 쌓인 요양병원 운영 노하우를 토대로 호텔 같은 병원으로 꾸몄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로비에 들어서면 호텔 카운터 같은 접수대에서 직원이 환자를 맞는다. 커피 차 등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병원 지하 1층에는 보호자와 간병인을 위한 목욕탕, 찜질방도 있다.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의 피로감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치료를 위한 재활시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수중재활치료 시설은 물론 작업치료실, 물리치료실 등이 있다. 이가 많이 상한 환자를 위해 치과도 운영한다. 서초참요양병원에 없는 진료과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다. 송파, 성북병원에서는 신장투석 환자를 진료한다. 김 이사장은 “시설과 서비스가 좋아도 치료가 되지 않으면 병원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의료진 영입에도 신경쓰고 있다.

입맛이 떨어진 환자가 맛있게 식사할 수 있도록 식단도 꼼꼼히 챙긴다. 잣죽 흑임자죽 호박죽 등 메뉴는 김 이사장 부인인 김옥희 전 참예원의료재단 이사장이 직접 개발했다. 입원실은 온돌방으로 꾸렸다. 스프링클러, 절연장비 등도 갖췄다. 화재사고가 나면 인근 소방서로 자동 신고된다. 시설이 좋고 의료 수준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환자가 줄을 선다. 입원하려면 몇 달씩 대기해야 한다.

김 이사장은 “국내에 고소득층이 주로 가는 실버타운은 있지만 중산층이 갈만한 곳은 드물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건강한 노인부터 치료가 필요한 노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중산층이 갈 수 있는 실버타운, 요양시설, 병원, 호스피스, 장례식장을 모두 갖춘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