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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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오를 만한 중요한 사항이 없습니다.”(작년 2월6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공장이 충남 서천 장항읍에 있지만 사업 진행은 지역과 무관합니다.”(지난 6일)

코스닥 상장사 대주산업은 2016년 주당 1000원 안팎에 머물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작년 2월10일 4245원까지 치솟았다.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00배를 훌쩍 넘겼다. 매출이 수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기업의 ‘이상급등’이었다.

대주산업이 이때 수직 상승한 건 이 회사 공장이 충남에 있다는 이유로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테마주는 해당 종목이 특정 이벤트나 유력인사와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급등락하는 종목이다.

한국거래소는 작년 2월 주가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자 이 기업에 연락해 사실관계를 해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회사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사항이 없다고 공시했다.

비슷한 요청을 받은 전자장비 업체 백금T&A나 자동차 부품 업체 청보산업 역시 특별히 알릴 것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시기에 KD건설 등 안희정 테마주로 묶인 일부 기업이 주가 하락을 감수하고 안 지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별도 공시를 낸 것과 대조적이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해당 기업들은 지난 5일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 논란이 불거진 다음날 주가가 줄줄이 20% 이상 급락하자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6일 장중에 “일면식이 없다”거나 “사업적 관련성이 없다”는 등 구체적인 답변으로 안 전 지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선 “주가가 오를 때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시를 했다면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아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적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선거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며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정치테마주 투자의 피해자는 개인투자자들이다. 거래소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정치테마주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 비율은 전체의 99.6%에 달했다.

반면 회사 관계자들은 이를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는다. 정모 대주산업 회장은 작년 2월2일 보유주식 85만 주(지분 2.4%)를 장내에서 팔았다. 청보산업의 최대주주였던 안상욱 씨는 작년 2월 지분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았다.

한 펀드매니저는 “기업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익 편취의 기회로 삼는다면 피해를 입는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