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업실적이 적자전환한 천일고속이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86억원(주당 6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실적 악화에도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가 걸려 있어 고배당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천일고속은 “작년 12월 말 주주를 대상으로 주당 6000원의 결산 배당을 한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분기 주당 3000원을 시작으로 2분기 주당 1300원, 3분기 주당 5000원의 배당을 했다.

이날 천일고속 종가(8만8200원) 기준으로 지난해 전체 시가배당률(주당 배당금/주가)은 17.3%에 달한다. 지난해 총배당금은 이번 86억원을 합해 218억원 규모다.

고배당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실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영업손실 20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매출도 55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4% 줄었다. 천일고속 측은 “수서고속철(SRT) 개통으로 승객이 감소했고 경유 단가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순이익은 271억원으로 984.5% 급증했다. 지난해 9월 대구에 있는 토지와 건물 등을 354억원에 처분하면서 이익이 났기 때문이다.

고배당은 오너 일가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2015년 이 회사 창업주인 고(故) 박남수 회장은 명의신탁한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해 증여했다. 손자인 박도현 대표(지난해 3분기 기준 지분율 44.97%)와 박주현 부사장(37.24%)은 대규모 지분을 받았지만 수백억원의 상속세 부담도 같이 떠안았다.

2014년 전혀 배당을 하지 않던 회사는 2015년 85억원, 2016년 113억원의 배당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속세가 모두 납부될 때까지 고배당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