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나온 뒤 하강 곡선을 그렸지만 최근 반등하는 모습이다. D램 반도체 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데다 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자 증권가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겨울잠 깨고 기지개 켜나
◆외국인 매수세 다시 유입

삼성전자는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8만원(3.40%) 오른 243만1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4% 이상 오른 것을 포함해 이틀 만에 7.56% 상승하면서 12거래일 만에 240만원대를 탈환했다. 외국인투자자가 이틀간 323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밀어올렸다. 기관투자가도 이틀째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2일 287만6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이달 초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부정적 보고서와 함께 회사 측이 작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은 게 원인이었다. 원화 강세, 애플 아이폰Ⅹ 판매 부진에 따른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실적 우려도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D램 가격이 예상과 달리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4Gb 512MX8 2133㎒ 기준)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올 들어 6.13% 올랐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예전에 없던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계절적으로 비성수기인 상반기에 D램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구글, 페이스북 등이 데이터센터 증설에 나서면서 서버용 반도체 업황이 호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주 신고가 행진

실적 하향 우려도 잠잠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4조62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4분기보다 약 5000억원이 줄어든 금액이다.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5조7970억원으로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갤럭시S9의 판매 호조와 디스플레이 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 2분기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며 330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점도 호재라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2016년 13.18배에서 지난해 9.40배로 낮아졌다.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PER은 7.21배 수준에 그친다.

미국 뉴욕증권시장에서도 반도체 관련주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3강으로 꼽히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는 최근 3거래일 동안 12.85% 급등하면서 지난해 11월에 기록했던 고점을 넘어섰다. 인텔, 램리서치 등도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