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가 힘차게 땅을 내딛는 모습을 강렬한 필선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발색과 더불어 속도감이 느껴진다. 화면 왼쪽 상단에 ‘중섭’이라는 사인이 남아 있다.
서울옥션 측은 대체적으로 머리가 화면 좌측으로 그려진 작품들과 달리 머리가 우측을 향하고 있다며 벌어진 입과 솟아오른 어깨, 위로 솟아 말린 꼬리 등을 통해 투우의 모습임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낙찰자는 국내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졌다.
이중섭은 흰 소, 수레를 끄는 소 등 우리 소를 즐겨 그렸다. 소는 강인한 민족정신을 상징하면서도 작가가 고통스러운 삶과 시대의 아픔에서 오는 울분 등을 투영한 존재이기도 했다. 현재 전해지는 대부분 이중섭의 소 작품은 대체로 종이에 유채로 그린 것이 특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