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논의하면서 보완책으로 계절별·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의 미온적 태도로 탄력근무제는 빠진 채 법안이 처리됐다.

환노위 회의록에 따르면 당일 몇몇 야당 의원이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법안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근로시간 단축과 탄력근무제가 함께 도입되면 사실상 ‘연장 근무의 합법화’”라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했다.

결국 이날 환노위는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부칙 3조에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2년 말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한다’고만 한 줄 넣고 끝냈다. 노동계가 줄곧 요구해온 근로시간 단축만 졸속 처리하면서 갈등 소지가 큰 보완 대책은 뒤로 미룬 것이다.

신 의원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안에 명문화하는 대신 부칙에 모호하게 반영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문제는 사실상 차기 국회로 공을 떠넘긴 셈”이라며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이 정착되려면 반드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확대 적용되도록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탄력근무제 확대 적용으로 ‘근로자 보호’와 ‘노동 유연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근로시간 단축에 매몰된 채 ‘역주행’하고 있다는 게 신 의원 지적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