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변협 간부 '브로커 수임' 의혹에 직무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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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재소자 통해 사건 대거 수임 의혹"…변협 "철저히 조사"
본지 수임 내역 단독 입수
44건중 23건 재소자 통해 수임
"변협 간부 지위 활용 부적절
구치소에 A 변호사 프로필 돌아"
"청년변호사 한 달 한 건도 힘든데
1년차 변호사 실적으론 이례적"
A 변호사 "실력·입소문으로 수임"
본지 수임 내역 단독 입수
44건중 23건 재소자 통해 수임
"변협 간부 지위 활용 부적절
구치소에 A 변호사 프로필 돌아"
"청년변호사 한 달 한 건도 힘든데
1년차 변호사 실적으론 이례적"
A 변호사 "실력·입소문으로 수임"
대한변호사협회 간부가 재소자와 결탁한 불법 수임 의혹에 휩싸여 파문이 일고 있다. 대한변협은 의혹 당사자인 간부 A 변호사를 최근 직무정지 조치하고 내부조사에 들어갔다.
변협은 2만3000여 변호사 전체를 대표하는 법정단체다. ‘변호사에 대한 지도 및 감독권’을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 변호사단체인 만큼 간부의 브로커 의혹에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구치소 실세와 결탁해 ‘불법 수임’ 의혹
7일 법조계에 따르면 A 변호사는 ‘구치소 실세’를 일컫는 ‘달건이’의 도움으로 수십 건의 사건을 수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달건이는 구치소 은어로 건달에서 유래한 말이다. 신입 재소자가 들어오면 달건이가 나서서 A 변호사 선임을 종용하고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게 제기된 의혹의 내용이다.
구치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서울 동부구치소 재소자 사이에서 A변호사의 프로필이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국 변호사, 방송통신위원회 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대한변협 임원 등 A 변호사의 경력이 적힌 2쪽짜리 기록이다. 그는 “재소자들 사이에서는 A 변호사의 서울대 법대 동기 판사들 이름도 공유된다”며 “수익 배분을 약속받은 동부구치소 달건이가 A 변호사에게 사건을 몰아주고 있다는 얘기가 구치소 내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 변호사는 “의뢰인(재소자)에게 법조인대관 프로필을 프린트해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본지가 입수한 ‘A 변호사 형사사건 수임내역’에 따르면 그는 작년 6월부터 올 2월까지 9개월간 44건의 사건을 수임했다. 이 중 최소 23건이 재소자를 통해 소개받은 사건으로 분류된다. ◆“실력·입소문 덕분”이라 해명하지만…
의혹이 불거지자 김현 대한변협회장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의혹제기에 대해 A 변호사는 “실력으로 수임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동부구치소에서의 잇단 수임도 입소문을 통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해명을 수긍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대형로펌 형사팀 변호사는 “브로커를 끼지 않고서야 특정 구치소를 중심으로 이처럼 연속 수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설사 브로커를 끼지 않았더라도 변협 간부라는 지위를 부당하게 활용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 3년차 변호사는 “한 달에 형사사건 한두 건 맡기도 어려운 게 대부분 청년 변호사의 현실”이라며 “로스쿨 졸업 후 여러 변호사단체 활동이 있었다지만 현장 1년차 변호사의 수임 실적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A 변호사가 변협에 제출한 해명자료도 도덕성 논란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의뢰인 홍모씨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다른 의뢰인이자 같은 구치소 재소자 노모씨에게서 수임료를 대납받았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금지행위인 재소자 간 금품 제공에 A 변호사가 통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사례는 여러 건이다. 충북지방경찰청 소속 지인에게서 사건을 소개받았다는 해명도 내놨다. 수사기관 공무원이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하는 사건을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하는 것 역시 변호사법 위반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변협은 2만3000여 변호사 전체를 대표하는 법정단체다. ‘변호사에 대한 지도 및 감독권’을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 변호사단체인 만큼 간부의 브로커 의혹에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구치소 실세와 결탁해 ‘불법 수임’ 의혹
7일 법조계에 따르면 A 변호사는 ‘구치소 실세’를 일컫는 ‘달건이’의 도움으로 수십 건의 사건을 수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달건이는 구치소 은어로 건달에서 유래한 말이다. 신입 재소자가 들어오면 달건이가 나서서 A 변호사 선임을 종용하고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게 제기된 의혹의 내용이다.
구치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서울 동부구치소 재소자 사이에서 A변호사의 프로필이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국 변호사, 방송통신위원회 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대한변협 임원 등 A 변호사의 경력이 적힌 2쪽짜리 기록이다. 그는 “재소자들 사이에서는 A 변호사의 서울대 법대 동기 판사들 이름도 공유된다”며 “수익 배분을 약속받은 동부구치소 달건이가 A 변호사에게 사건을 몰아주고 있다는 얘기가 구치소 내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 변호사는 “의뢰인(재소자)에게 법조인대관 프로필을 프린트해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본지가 입수한 ‘A 변호사 형사사건 수임내역’에 따르면 그는 작년 6월부터 올 2월까지 9개월간 44건의 사건을 수임했다. 이 중 최소 23건이 재소자를 통해 소개받은 사건으로 분류된다. ◆“실력·입소문 덕분”이라 해명하지만…
의혹이 불거지자 김현 대한변협회장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의혹제기에 대해 A 변호사는 “실력으로 수임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동부구치소에서의 잇단 수임도 입소문을 통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해명을 수긍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대형로펌 형사팀 변호사는 “브로커를 끼지 않고서야 특정 구치소를 중심으로 이처럼 연속 수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설사 브로커를 끼지 않았더라도 변협 간부라는 지위를 부당하게 활용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 3년차 변호사는 “한 달에 형사사건 한두 건 맡기도 어려운 게 대부분 청년 변호사의 현실”이라며 “로스쿨 졸업 후 여러 변호사단체 활동이 있었다지만 현장 1년차 변호사의 수임 실적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A 변호사가 변협에 제출한 해명자료도 도덕성 논란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의뢰인 홍모씨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다른 의뢰인이자 같은 구치소 재소자 노모씨에게서 수임료를 대납받았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금지행위인 재소자 간 금품 제공에 A 변호사가 통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사례는 여러 건이다. 충북지방경찰청 소속 지인에게서 사건을 소개받았다는 해명도 내놨다. 수사기관 공무원이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하는 사건을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하는 것 역시 변호사법 위반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