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 청소 여성 폐는 20년간 하루 1갑 흡연자와 같아
청소 세제 주1회 이상 노출 여성 폐 기능 저하 빨라져
각종 화학물질이 든 청소용 세제와 살균소독제에 주 1회 이상 노출된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폐 기능 저하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베르겐대학 오이스타인 스반스 박사를 비롯한 서유럽 9개국 학자 28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미국흉부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미국 호흡기 및 중환자의료학'(AJRCCM)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럽공동체호흡기건강조사'(ECRHS)의 일환으로 9개국 6천230명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설문조사와 폐 기능 검사를 했다.

평균적으로 30대 중반에 처음 조사에 등록했는데 절반이 여성이었다.

여성 중 85%는 가정에서 청소를 도맡았다.

또 전체 여성의 8.9%, 남성의 1.9%는 직업적으로 청소일을 했다.

검사 결과 청소를 전혀 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이 1년에 평균 18.5㎖씩 줄어들었다.

반면 1주 1회 이상 세제 등으로 청소를 한 여성은 22.1㎖씩, 직업적으로 청소일을 한 경우엔 22.4㎖씩 줄었다.

또 노력성 폐활량(FVC) 역시 청소를 하지 않은 여성은 1년에 8.8㎖만 줄어든 반면 가정에서 청소한 여성은 13.1㎖, 청소가 직업인 경우 15.9㎖나 감소했다.

FVC는 최대로 숨을 들이마시고서 끝까지 내쉰 날숨의 양이다.

일반적으로 최대폐활량이라고도 한다.

FEV1은 이때 첫 1초간 내쉰 날숨의 양이다.

일반적으로 폐 기능은 35세 이후부터 나이가 들면서 천천히 떨어지지만, 질병이나 다른 환경적 요인 등으로 남들보다 급속하게 떨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놀라운 일은 폐 기능 저하 폭이 크다는 점과 20년간 3차례, 9개국 어느 지역에서 검사한 결과들이 아주 일관된 추세를 보인 점이라고 밝혔다.

직업적 청소일을 한 여성의 폐 기능 저하 속도는 20년 동안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운 것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 청소 여부와 큰 차이가 없었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화학물질에 민감해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소 세제 주1회 이상 노출 여성 폐 기능 저하 빨라져
이 연구는 원인을 찾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데 연구팀은 폐 기능 저하는 세제 속에 든 화학물질들이 기도와 폐의 점막을 자극해서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가정에선 가급적 화학물질 대신에 대부분의 경우 따뜻한 물과 극세사 섬유 걸레 등을 이용하면 된다고 청소전문가들은 말한다고 밝혔다.

어쩔 수 없이 세제 등을 쓰면 환기를 자주하고 스프레이를 피하는게 낫다.

공동연구팀은 앞으로 세제 및 화학물질의 종류와 형태가 더 많은 해를 끼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면서 스프레이 형태 제품의 경우 공기 중에 화학물질이 미세분자로 떠돌아다녀 일으킬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표백·살균제 자주 사용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걸릴 위험이 22~32% 커진다거나, 생활용품 속 흔한 살균제 성분이 세포·호르몬 기능을 손상하고 동물실험에서 불임·태아기형 유발이 확인됐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온 바 있다.

한편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은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마거릿 퀸 교수는
이 연구에서도 드러나듯 집이나 일터에서 청소를 맡는 사람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은 '젠더(gender)와 청소 일'이라는 사회적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퀸 교수는 "가정, 호텔, 사무실, 부엌 등에서 청소는 여전히 여성의 일로 보이며 대부분 노동자도 여성"이라면서 "이러한 사회적 관념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는 한편 직업마다 다른 위험요소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 세제 주1회 이상 노출 여성 폐 기능 저하 빨라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