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도로·기후 조건 피츠버그에서 성공하면 어디서도 가능"
"2∼3년내 미전역 상용화 목표"…우버 운전기사들 "내 일자리 빼길 것"
"우버 자율차, 악명높은 피츠버그 도로서 노련한 택시 기사처럼"
(피츠버그<미 펜실베이니아주>=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3월이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영상 2도의 쌀쌀한 날씨에 눈까지 간헐적으로 내린 7일 오후(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시내 우버 첨단기술그룹(ATG) 주차장에는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북아시아 4개국 지역 기자 20여 명의 시승을 기다리는 우버의 자율주행차 볼보 XC 90 SUV 차량 10여 대가 늘어서 있었다.

차량 지붕 위에서 쉼 없이 회전하는 라이더와 차량 외부 곳곳에 부착된 11개의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우버의 한 엔지니어는 "라이더와 카메라, 그리고 범퍼 등에 내장된 레이더 등 하드웨어에서 보내는 신호가 인지, 예상, 계획 등의 기능을 하는 AI 소프트웨어로 전달되면, 이것이 운전대와 페달을 작동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차량 가운데 하나에 탑승해 도로로 나섰다.

우버 직원이 운전석에 앉아 있었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자리를 지키는 것일 뿐 그의 손과 발은 핸들과 브레이크·가속 페달에서 떨어져 있었다.
"우버 자율차, 악명높은 피츠버그 도로서 노련한 택시 기사처럼"
피츠버그의 악명높은 굽은 언덕길과 교량을 지날 때도 우버 자율주행 차량은 조심스럽게 사방을 살피며 노련한 택시 기사처럼 안정감 있는 주행 솜씨를 뽐냈다. 곧게 뻗은 도로가 나오면 시속 60km까지 속도를 내기도 했다.

핸들 왼쪽 통풍구 쪽에 부착된 태블릿이 내비게이션 역할을 했다.

'왜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시작했느냐'고 묻자 우버 직원은 "피츠버그에서 성공한다면 미국 어느 도로에서든 자율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날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에릭 메이호퍼 APG 대표도 "피츠버그에는 자율주행 기술연구의 최고 권위인 카네기 멜런 대학이 있고, 기후·도로 조건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에릭 대표를 포함해 ATG에서 근무하는 상당수의 엔지니어가 카네기 멜런 출신이다. 산학 협력의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우버의 미주 정책을 총괄하는 저스틴 킨츠 본부장은 "예전 철강 도시의 명성이 사그라지면서 활로를 모색하던 도시에 카네기 멜런대학의 AI와 자율주행 연구 성과는 큰 희망이 됐다"면서 "이를 르네상스의 기회로 삼으려는 정책입안자들의 의지로 우버가 피츠버그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고장 피츠버그는 또 400개가 넘는 철교로 유명하고, 100여 년 전 구도로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자율주행의 안전성 확보 테스트에는 최적의 도시다.

눈에 취약한 자율주행 센서 기능을 연구하는 데도 겨울이 긴 피츠버그는 안성맞춤이다.

우버는 2016년부터 자율주행차 테스트에 들어가 현재 볼보 SUV 200대로 피츠버그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말이 시범 운행이지 우버를 부르면 우버 X와 똑같은 요금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탑승할 수 있어 사실상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3년 2개월 전 4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된 자율주행 개발 인력은 현재 1천500명을 넘어섰다. 피츠버그, 피닉스 외에도 샌프란시스코와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테스트 운행을 하고 있다.
매년 4조 원이 넘는 우버 영업 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우버가 전력투구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우버 자율차, 악명높은 피츠버그 도로서 노련한 택시 기사처럼"
메이호퍼 대표는 "처음 자율주행차 개발이 시작됐을 때는 라이드 쉐어링(차량 공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지만, 이제 라이드 쉐어링이 없는 자율주행은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운전자 없는 미래의 택시'를 지향하는 우버의 꿈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촉매제가 됐으며, 그것이 우버가 자율주행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는 2∼3년 이내에 미국 전역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하기 위해 연방 및 주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올해 더 많은 도시로 자율주행 택시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구글 역시 올해 시범 차량을 1천여 대로 늘릴 계획이며, 애리조나주에서는 운송회사 설립인가까지 마쳤다. 본격적으로 차량 공유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또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포드, GM, 닛산, 볼보 등 기존 자동차업체들도 2020년까지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자율주행 분야는 거의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대해 우버의 한 엔지니어는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의 운전기사와 한 달에 7천500만 명 이상의 활동 이용자를 가진 우버 앱의 보편성과 방대한 데이터를 고려할 때 다른 기업이 자율주행 택시 사업에서 우버의 상대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이를 차량 공유 사업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자신들뿐이라는 것이다.

메이호퍼 대표는 "지난 연말까지 200만 마일의 자율차 운행을 기록했고, 소프트웨어의 발달과 시범 차량 수의 증가로 최근 100일 동안에만 100만 마일이라는 기하급수적인 운행기록을 얻었다"면서 "그만큼 빠르게 사용자 경험과 데이터양이 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주행 택시의 미래가 금방 실현될 것으로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여러 규제 장벽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피츠버그의 한 우버 운전기사는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결국 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소비자 단체인 컨슈머 워치독은 "생명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비디오 게임과 다를 바 없다"며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몇몇 주를 제외하고는 미국 대부분의 주가 여전히 자율주행차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메이호퍼 대표는 "자율주행차는 장기적 투자"라면서 "언제 회수될지(수익성을 갖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