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1년만에 뚝딱…스마트폰 혁신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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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발하는 혁신에 소비자 피로도 높아
혁신 부담 덜고 새 경쟁력 모색해야
혁신 부담 덜고 새 경쟁력 모색해야
'묵은 것을 새롭게 하다'
혁신(革新)의 사전적 정의다. 요즘엔 여기서 한발 나아가 '전에 없던 새로운 변화'로 통용되고 있다. 이말대로라면 신제품을 공개할때마다 혁신을 주창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소비자를 기만한 꼴이 된다.
스마트폰은 유독 혁신에 민감하다. 지금껏 혁신이 제품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했어서다. 대중화의 출발점이 혁신이었고, 다른 전자제품보다 사용 빈도가 높고 교체주기가 빠른 점도 혁신을 강요당하게 된 이유다.
각사의 전략 스마트폰은 보통 1년이라는 출시 주기를 갖는데, 이 기간 내 지금까지 못보던 '한끗'을 갖추는 건 숙명이 됐다.
여기서부터 부작용이 발생했다. 제조사들이 짧은 시간 내 혁신을 담으려다보니 작은 변화도 혁신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잦아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불필요하고 과한 기능도 혁신이란 이름으로 시장에 나왔다.
혁신에 대한 압박은 남발로 이어졌다. 제조사들은 신제품 마케팅에도 혁신을 끼워넣었고, 소소한 변화에도 혁신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였다. 그들 스스로 소비자들이 공감하지 않는 혁신을 정의하면서 소비자 불신만 키운 셈이다.
사실 매번 소비자를 놀래키는 변화를 선보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시대엔 더더욱 그렇다. 요즘 스마트폰은 사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만큼 진화했고, 경쟁작들은 엇비슷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췄다. 예전만큼 소비자들의 감흥을 쉽게 얻어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얘기다. 최근 출시된 전략 스마트폰들에 대해 '혁신 부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신작에 대해서도 각종 미디어들은 전작과 같은 크기, 무게,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기존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킨 수준으로 평했다. 애플의 '아이폰8', LG전자의 'LG V30'이 그랬고, 삼성전자의 '갤럭시S9'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혁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조사들은 혁신에 대한 압박을 더는 대신, 다른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용성이 낮은 새로운 기능 개발에 들일 비용을 아껴 출고가격을 낮추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와닿지 않은 변화를 적용한 비싼 제품보다, 기존 기능을 개선하면서 가격을 낮춘 제품이 낫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만큼 와닿는 혁신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엔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CES 2018'에서 "신모델이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기존 모델을 오래 끌고가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한 주기를 갖고 ‘언제가 되면 어떤 제품이 나온다’는 틀을 변화시키겠단 의미다. 좋은 플랫폼을 오랜 기간 유지하면서 혁신에 대한 부담을 스스로 덜어내겠단 의지로도 풀이된다.
억지로 구겨넣은 혁신은 없느니만 못하다. 혁신은 소비자들이 판단하고 수여하는 훈장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겨볼때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혁신(革新)의 사전적 정의다. 요즘엔 여기서 한발 나아가 '전에 없던 새로운 변화'로 통용되고 있다. 이말대로라면 신제품을 공개할때마다 혁신을 주창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소비자를 기만한 꼴이 된다.
스마트폰은 유독 혁신에 민감하다. 지금껏 혁신이 제품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했어서다. 대중화의 출발점이 혁신이었고, 다른 전자제품보다 사용 빈도가 높고 교체주기가 빠른 점도 혁신을 강요당하게 된 이유다.
각사의 전략 스마트폰은 보통 1년이라는 출시 주기를 갖는데, 이 기간 내 지금까지 못보던 '한끗'을 갖추는 건 숙명이 됐다.
여기서부터 부작용이 발생했다. 제조사들이 짧은 시간 내 혁신을 담으려다보니 작은 변화도 혁신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잦아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불필요하고 과한 기능도 혁신이란 이름으로 시장에 나왔다.
혁신에 대한 압박은 남발로 이어졌다. 제조사들은 신제품 마케팅에도 혁신을 끼워넣었고, 소소한 변화에도 혁신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였다. 그들 스스로 소비자들이 공감하지 않는 혁신을 정의하면서 소비자 불신만 키운 셈이다.
사실 매번 소비자를 놀래키는 변화를 선보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시대엔 더더욱 그렇다. 요즘 스마트폰은 사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만큼 진화했고, 경쟁작들은 엇비슷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췄다. 예전만큼 소비자들의 감흥을 쉽게 얻어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얘기다. 최근 출시된 전략 스마트폰들에 대해 '혁신 부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신작에 대해서도 각종 미디어들은 전작과 같은 크기, 무게,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기존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킨 수준으로 평했다. 애플의 '아이폰8', LG전자의 'LG V30'이 그랬고, 삼성전자의 '갤럭시S9'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혁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조사들은 혁신에 대한 압박을 더는 대신, 다른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용성이 낮은 새로운 기능 개발에 들일 비용을 아껴 출고가격을 낮추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와닿지 않은 변화를 적용한 비싼 제품보다, 기존 기능을 개선하면서 가격을 낮춘 제품이 낫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만큼 와닿는 혁신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엔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CES 2018'에서 "신모델이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기존 모델을 오래 끌고가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한 주기를 갖고 ‘언제가 되면 어떤 제품이 나온다’는 틀을 변화시키겠단 의미다. 좋은 플랫폼을 오랜 기간 유지하면서 혁신에 대한 부담을 스스로 덜어내겠단 의지로도 풀이된다.
억지로 구겨넣은 혁신은 없느니만 못하다. 혁신은 소비자들이 판단하고 수여하는 훈장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겨볼때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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