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신을 닮은 초인간… 우리가 바라는 미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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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머니즘
마크 오코널 지음 / 노승영 옮김
문학동네 / 332쪽│1만7000원
마크 오코널 지음 / 노승영 옮김
문학동네 / 332쪽│1만7000원
“생물학적 인체는 유지·관리하기가 까다로울뿐더러 허약하고 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인간의 지능은 가끔 창조성과 의미 표현에서 뛰어난 면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대부분 독창적이지 못해서 보잘것없고 제한적이다. 특이점을 통해 우리는 생물학적 몸과 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특이점이 온다-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특이점이란 기계의 지능이 자신의 창조자인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고 생물학적인 생명이 기술의 하위 범주가 되는 때를 일컫는다. 커즈와일은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라면 특이점이 2045년 전후에 찾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주장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양면적이다. 인공지능과 생체과학의 급속한 발달을 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인체와 사고작용, 마음과 정서·감정의 오묘함을 어찌 기계가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감각, 지능, 수명 같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과학기술운동인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은 커즈와일과 같은 노선이다. 이 운동의 지지자들은 장애, 고통, 질병, 노화, 죽음 같은 인간의 타고난 조건들을 바람직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으로 규정한다. 또한 인지증강, 스마트 약물, 유전자 선택, 뇌 임플란트 등으로 신체적 능력은 물론 지능까지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뇌를 스캔해 외부 기계장치로 옮기는 ‘마음 업로드’를 통해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새로운 몸으로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일랜드 출신의 저널리스트 마크 오코널이 쓴 《트랜스휴머니즘》은 이런 이상을 실현하려는 현장을 답사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이것이 과연 황당무계한 주장인지,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살핀 책이다. 저자는 영생(永生)의 꿈을 이뤄줄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인체를 냉동보존해주는 시설부터 전자장치를 피부 밑에 이식해 감각능력을 강화하는 언더그라운드 바이오해커집단, 인체의 기능을 강화해 전투력 향상을 꾀하는 미군의 연구소까지 찾아가 트랜스휴머니즘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있는 알코어생명연장재단은 세계 최대의 인체 냉동보존 시설이다.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액체질소에서 보존하다 기술이 발전했을 때 녹여 되살리거나 두개골 안에 있는 1.5㎏의 신경웨트웨어를 꺼내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스캔하고 코드로 변환한 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새로운 기계몸에 업로드한다는 게 이곳 운영자 맥스모어의 설명이다.
알코에서 보존 중인 사람은 117명. 이곳에서는 삶의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에 시신을 ‘환자’라고 부른다. 임상적 사망 선고가 내려지면 여기로 오겠다며 계약한 사람이 수백 명이다. 20만달러를 내면 몸 전체를 필요 시까지 보존해주고, 8만달러를 내면 머리만 분리해 ‘뇌(마음) 업로드’를 위해 냉동 보존한다. 현재로선 과학적 근거가 희박해 보이는 얘기인데도 전설적인 야구선수 테드 윌리엄스, 1970년대 시트콤 ‘인생사’ 제작자 딕 클레어 등 유명인이 무덤 대신 여기에 잠들어 있다고 한다.
뇌과학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지만 뇌를 스캔해 마음을 기계에 업로드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이론적 설명은 이렇다. 고해상도 현미경 감각기가 달린 휴머노이드 기계의 손가락이 뇌의 화학 조성을 탐지해 고성능 컴퓨터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손가락이 뇌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가 점점 더 아래층의 신경세포를 스캔하며 복잡하게 얽힌 구조를 3차원 지도로 만든다. 동시에 신경활동을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모델링할 코드를 작성한다. 이런 작업이 끝나면 수술대 위의 인체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동물로서의 생명이 끝나고 기계로서의 생명이 시작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의 인지로봇공학 교수 한스 모라벡은 미래 인류가 이런 과정을 통해 생물학적인 몸을 버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책에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많다. 급진적 자기 변형을 추구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팀 캐넌은 자신의 팔에 기계장치를 이식해 각종 생체 수치를 측정하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정보를 업로드한다. 졸탄 이슈트반이라는 미국인은 트랜스휴머니스트당을 창당해 201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거대한 관 모양의 ‘불멸 버스’를 몰고 다니며 트랜스휴머니즘을 설파했다. 영국의 원로 화학자 오브리 드 그레이는 인체는 기본적으로 기계에 불과하다며 수명연장 연구의 발전 속도가 시간을 앞지르면 사실상 죽음을 추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미군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주장대로 영생불사의 염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스티브 워즈니악, 드미트리 이츠코프 같은 억만장자가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실리콘밸리에서도 지지를 얻고 있다. 그래도 남는 의문은 가장 철학적이며 기본적인 물음이라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재현하거나 시뮬레이션한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의 ‘나’인가?”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특이점이 온다-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특이점이란 기계의 지능이 자신의 창조자인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고 생물학적인 생명이 기술의 하위 범주가 되는 때를 일컫는다. 커즈와일은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라면 특이점이 2045년 전후에 찾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주장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양면적이다. 인공지능과 생체과학의 급속한 발달을 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인체와 사고작용, 마음과 정서·감정의 오묘함을 어찌 기계가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감각, 지능, 수명 같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과학기술운동인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은 커즈와일과 같은 노선이다. 이 운동의 지지자들은 장애, 고통, 질병, 노화, 죽음 같은 인간의 타고난 조건들을 바람직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으로 규정한다. 또한 인지증강, 스마트 약물, 유전자 선택, 뇌 임플란트 등으로 신체적 능력은 물론 지능까지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뇌를 스캔해 외부 기계장치로 옮기는 ‘마음 업로드’를 통해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새로운 몸으로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일랜드 출신의 저널리스트 마크 오코널이 쓴 《트랜스휴머니즘》은 이런 이상을 실현하려는 현장을 답사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이것이 과연 황당무계한 주장인지,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살핀 책이다. 저자는 영생(永生)의 꿈을 이뤄줄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인체를 냉동보존해주는 시설부터 전자장치를 피부 밑에 이식해 감각능력을 강화하는 언더그라운드 바이오해커집단, 인체의 기능을 강화해 전투력 향상을 꾀하는 미군의 연구소까지 찾아가 트랜스휴머니즘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있는 알코어생명연장재단은 세계 최대의 인체 냉동보존 시설이다.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액체질소에서 보존하다 기술이 발전했을 때 녹여 되살리거나 두개골 안에 있는 1.5㎏의 신경웨트웨어를 꺼내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스캔하고 코드로 변환한 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새로운 기계몸에 업로드한다는 게 이곳 운영자 맥스모어의 설명이다.
알코에서 보존 중인 사람은 117명. 이곳에서는 삶의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에 시신을 ‘환자’라고 부른다. 임상적 사망 선고가 내려지면 여기로 오겠다며 계약한 사람이 수백 명이다. 20만달러를 내면 몸 전체를 필요 시까지 보존해주고, 8만달러를 내면 머리만 분리해 ‘뇌(마음) 업로드’를 위해 냉동 보존한다. 현재로선 과학적 근거가 희박해 보이는 얘기인데도 전설적인 야구선수 테드 윌리엄스, 1970년대 시트콤 ‘인생사’ 제작자 딕 클레어 등 유명인이 무덤 대신 여기에 잠들어 있다고 한다.
뇌과학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지만 뇌를 스캔해 마음을 기계에 업로드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이론적 설명은 이렇다. 고해상도 현미경 감각기가 달린 휴머노이드 기계의 손가락이 뇌의 화학 조성을 탐지해 고성능 컴퓨터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손가락이 뇌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가 점점 더 아래층의 신경세포를 스캔하며 복잡하게 얽힌 구조를 3차원 지도로 만든다. 동시에 신경활동을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모델링할 코드를 작성한다. 이런 작업이 끝나면 수술대 위의 인체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동물로서의 생명이 끝나고 기계로서의 생명이 시작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의 인지로봇공학 교수 한스 모라벡은 미래 인류가 이런 과정을 통해 생물학적인 몸을 버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책에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많다. 급진적 자기 변형을 추구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팀 캐넌은 자신의 팔에 기계장치를 이식해 각종 생체 수치를 측정하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정보를 업로드한다. 졸탄 이슈트반이라는 미국인은 트랜스휴머니스트당을 창당해 201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거대한 관 모양의 ‘불멸 버스’를 몰고 다니며 트랜스휴머니즘을 설파했다. 영국의 원로 화학자 오브리 드 그레이는 인체는 기본적으로 기계에 불과하다며 수명연장 연구의 발전 속도가 시간을 앞지르면 사실상 죽음을 추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미군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주장대로 영생불사의 염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스티브 워즈니악, 드미트리 이츠코프 같은 억만장자가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실리콘밸리에서도 지지를 얻고 있다. 그래도 남는 의문은 가장 철학적이며 기본적인 물음이라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재현하거나 시뮬레이션한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의 ‘나’인가?”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