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할 정도로 크게 만든 이유가 있답니다. 캉파뉴는 반죽해서 굽기까지 긴 시간이 걸립니다. 반죽을 1차 발효한 뒤 70시간 정도 저온 숙성하고, 2차 발효를 해서 빵을 구워야 합니다. 발효 시간을 줄여도 최소 4시간, 보통은 3일까지 걸린다고 합니다. 그 옛날 집집마다 오븐이 있었을 리 없고, 마을 공동 화덕에서 빵을 구워야 했기 때문에 한 번 만들 때 큼직하게 만들어 잘라 먹었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캉파뉴를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곳. 빵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은 첫 번째로 ‘폴 앤 폴리나’를 꼽습니다. 처음 이 집을 알게 된 건 2009년이었습니다. 홍대 앞 골목 아주 작은 가게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누런 봉투 하나씩 들고 나오는 걸 보고 우연히 들어가 봤습니다. 그때만 해도 천연 발효종이라든가 캉파뉴라든가, 식사빵이라는 말이 흔치 않았을 때죠. 가게 안 풍경은 더 신기했습니다. 흰 옷을 입고 흰 모자를 쓴 여러 명의 제빵사가 그 작은 공간에서 말 없이 웃으며 빵 반죽을 다루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구수한 빵 냄새를 맡으며 느리게 빵 굽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됐다면 믿어지시나요.
폴 앤 폴리나의 빵 종류는 20가지가 안 됩니다. 식빵, 캉파뉴, 치아바타, 바게트 2종, 프레첼, 크루아상, 올리브 치아바타, 스콘 등. 크로와상 등 두어 가지를 제외하면 설탕도, 버터도, 달걀도 쓰지 않습니다. 맛을 보면 더 놀랍니다. 그 단순한 재료로 어떻게 이렇게 겉은 구수하고 바삭한, 속은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는 건지.
폴 앤 폴리나의 그 첫 가게는 연희동의 조용한 주택가로 옮겨갔습니다. 서울 여의도점, 광화문점 세 군데를 직영하고 있는데 어느 지점을 가든 맛 차이가 없습니다. 앉을 자리도 없이 줄을 섰다 빵만 가져와야 하는데도 10년째 단골 손님이 끊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시간이 만들어내는 그 깊은 맛을 잊지 못해서일 겁니다.
캉파뉴를 더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드리죠. 우아하게 먹는다고 칼로 자르지 마세요. 손으로 뭉텅 뜯어내 결을 살려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그렇게 한 입 먹고 나면 장발장의 도둑질이 꼭 배고픔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라는 의심(?)마저 들게 됩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