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도 카트만두 산기슭에 있는 신두콧 마을에서 일곱 명의 청년이 뛰고 있다. 눈 덮인 웅장한 산을 뒤로하고 땅을 박차는 발과 가슴께로 붙인 팔의 움직임이 힘차다. 지역 학생들인가 싶지만 이들은 승려다. 평소 입는 적갈색 승복 대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마라톤 선수를 꿈꾼다. 스포츠를 통해 마을을 세계에 알려서 2015년 카트만두 대지진으로 무너진 지역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국제사회로부터 끌어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옥 50만 채가 무너지고 약 8900명이 목숨을 잃은 지진의 비극 위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한 결과다. 수도 생활 중에도 달리기 훈련을 하는 청년 승려들의 땀방울에서 숭고함이 느껴진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