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요 언론들은 9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합의 발표에 충격적이며 믿기 어려운 진전이라면서도 과거의 경험 등을 거론하며 실질적인 비핵화 결과로 이어질지에 신중한 톤을 보태는 태도를 보였다.

BBC방송은 "충격적인 발표"라면서 "지난 수개월에 걸친 북한의 위협과 긴장에 이어 나온 중대한 돌파구"라고 평했다.

다만 BBC는 이런 종류의 정상회담들은 대개 수년에 걸친 조심스러운 외교의 결과물이기에 전문가들이 이처럼 급속도로 마련된 대화가 얻어낼 성과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북한이 아직 핵무기들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것 역시 중요할 뿐만 아니라 북한이 대가로 바라는 것이 정확히 뭔지 또한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방송은 '이것이 트럼프에 승리인가?"라는 대목을 짚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미국 대통령이라면 삼지 않았을 수단들을 검토해 평양을 위협할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많은 미국 대통령이라면 일축했을 인사들을 만나는 융통성을 보여줬다는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의 인터뷰 내용을 보태기도 했다.

진보 일간 가디언도 이 소식을 몇 개월에 걸친 긴장과 상호 공격에 이은 "전혀 뜻밖의" 진전이라면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발표 내용을 충실히 전했다.

가디언은 이번 발표에 대한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따로 묶어 보도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대북정책에 관여한 민타라오 오바 전 미 국무부 관리는 "환영할만한 단계이며 단기적으론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며 비핵화를 향한 진전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하다"면서도 "북한의 관심사들과 과거 행동에 비춰 우리의 기대를 맞춰야 한다.

앞으로 길고도 복잡한 길이 있다"고 신중론을 보였다.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비확산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존 울프스탈은 "미국은 '회의론은 건전하지만, 진전을 거둘 가능성이 너무 커서 포기해선 안 된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니 타운 존스홉킨스대 한미 연구소 부소장은 "충격이다.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충격이 아니지만, 트럼프가 이를 수락한 것은 충격"이라며 "북미대화를 추구해온 이들이 생각하지 못했을 사건"이라고 말했다.

보수 일간 더타임스는 가파른 한반도 긴장완화 국면에서 지금까지 나온 것 가운데 가장 극적인 일이라며 서로를 위협하고 '말 폭탄'을 주고받은 두 사람 간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 " 충격, 믿기 어려운 진전"… 하지만 신중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