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종교계 잇따른 '미투'에 대책 마련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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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불교로 미투 번져…천주교 성폭력방지 특별위 설치 등 대책 마련 나서
"성폭력 은폐하는 문화·인식 변화 계기 되어야"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 폭로로 촉발된 종교계의 '미투'가 개신교, 불교 등 종교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성범죄가 비일비재했던 종교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1일 종교계에 따르면 천주교 신부 성폭력 사건 폭로에 이어 개신교와 불교계에서도 미투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목사로부터 10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신도의 폭로가 나온 데 이어 3년간 목사의 성폭력에 시달리면서 낙태까지 했다는 피해자의 주장도 나왔다.
불교도 예외는 아니다.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수년 전 조계종 유명사찰의 스님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한 여성은 사찰 종무원으로 일하면서 성희롱과 성추행당한 경험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미투' 폭로가 잇따르자 각 종단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천주교는 신부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지난 5~9일 열린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긴급 안건으로 올려 논의해 대책을 내놨다.
사제들의 성범죄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가칭)를 주교회의 내에 신설하고 성폭력 피해를 접수하는 단일 창구를 교구별로 설치한다는 것이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조계종도 바짝 긴장하면서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와 사건 발생 시 대처 등의 지침을 담은 공문을 각 교구에 보냈다.
지난 7일 발송된 공문에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한 예방 교육을 적극 실시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총무원과 협의해 피해자 보호를 우선하면서 대처해야 한다는 지침 등이 담겨 있다.
최근 열린 회의에서는 성폭력 신고 상담 센터를 개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조계종 관계자는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은 지난 5일 열린 월례조회에서 미투운동을 예로 들며 "재물과 이성을 탐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생활에 있어 독사보다 더 큰 독을 준다고 했다"며 스님과 종무원들에게 경계를 당부했다.
지난 7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미투운동에 대해 "영화·문화·정치 등 각 분야에서 많이 회자됐던 문제가 이제 드러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좀 더 당당하고 성숙한 사회가 되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종교계 시민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작년 불거진 선학원 이사장 성추행 의혹을 계기로 결성된 불교성평등연대모임은 과거 드러났던 불교계 성폭력 사건들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유토론회를 오는 27일 열기로 했다.
개신교 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4일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 약 30명이 모여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비공개 말하기 대회를 연 데 이어 해외 목회자 성폭력 사례를 살펴보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역시 개신교단체인 하이패밀리는 지난 8일 양평에 '성폭력피해여성 상담치유 센터'를 열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종교계에서도 성범죄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2010~2016년 전문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 인원 5천261명 가운데 종교인이 681명으로 가장 많다는 경찰청 통계를 봐도 종교계 성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하지만 폐쇄적인 종교 조직의 특성상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쉬쉬하고 은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설사 성폭력 문제가 제기돼도 이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신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최근 종교계에서 미투가 번지고 있긴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성직자가 절대적 권위를 지닌 종교계 특성상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교회 관계자는 "개신교에서는 목사를 신과 동일시할 정도로 목사의 권위가 막강하고 조직도 비민주적이어서 피해 사실이 교인들 사이에 알려져도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가해자인 목사를 두둔하거나 침묵을 강요하고 협박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미투 운동의 확산과 함께 종교계 내에서도 의식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개최한 교회개혁실천연대의 김애희 사무국장은 "가해자가 버젓이 영향력 있는 성직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괴로움을 느껴 참여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며 교회 내에서 쉬쉬했던 성폭력을 공론화해야 피해가 더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이 더 확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성폭력 은폐하는 문화·인식 변화 계기 되어야"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 폭로로 촉발된 종교계의 '미투'가 개신교, 불교 등 종교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성범죄가 비일비재했던 종교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1일 종교계에 따르면 천주교 신부 성폭력 사건 폭로에 이어 개신교와 불교계에서도 미투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목사로부터 10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신도의 폭로가 나온 데 이어 3년간 목사의 성폭력에 시달리면서 낙태까지 했다는 피해자의 주장도 나왔다.
불교도 예외는 아니다.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수년 전 조계종 유명사찰의 스님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한 여성은 사찰 종무원으로 일하면서 성희롱과 성추행당한 경험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미투' 폭로가 잇따르자 각 종단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천주교는 신부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지난 5~9일 열린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긴급 안건으로 올려 논의해 대책을 내놨다.
사제들의 성범죄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가칭)를 주교회의 내에 신설하고 성폭력 피해를 접수하는 단일 창구를 교구별로 설치한다는 것이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조계종도 바짝 긴장하면서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와 사건 발생 시 대처 등의 지침을 담은 공문을 각 교구에 보냈다.
지난 7일 발송된 공문에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한 예방 교육을 적극 실시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총무원과 협의해 피해자 보호를 우선하면서 대처해야 한다는 지침 등이 담겨 있다.
최근 열린 회의에서는 성폭력 신고 상담 센터를 개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조계종 관계자는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은 지난 5일 열린 월례조회에서 미투운동을 예로 들며 "재물과 이성을 탐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생활에 있어 독사보다 더 큰 독을 준다고 했다"며 스님과 종무원들에게 경계를 당부했다.
지난 7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미투운동에 대해 "영화·문화·정치 등 각 분야에서 많이 회자됐던 문제가 이제 드러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좀 더 당당하고 성숙한 사회가 되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종교계 시민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작년 불거진 선학원 이사장 성추행 의혹을 계기로 결성된 불교성평등연대모임은 과거 드러났던 불교계 성폭력 사건들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유토론회를 오는 27일 열기로 했다.
개신교 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4일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 약 30명이 모여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비공개 말하기 대회를 연 데 이어 해외 목회자 성폭력 사례를 살펴보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역시 개신교단체인 하이패밀리는 지난 8일 양평에 '성폭력피해여성 상담치유 센터'를 열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종교계에서도 성범죄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2010~2016년 전문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 인원 5천261명 가운데 종교인이 681명으로 가장 많다는 경찰청 통계를 봐도 종교계 성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하지만 폐쇄적인 종교 조직의 특성상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쉬쉬하고 은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설사 성폭력 문제가 제기돼도 이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신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최근 종교계에서 미투가 번지고 있긴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성직자가 절대적 권위를 지닌 종교계 특성상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교회 관계자는 "개신교에서는 목사를 신과 동일시할 정도로 목사의 권위가 막강하고 조직도 비민주적이어서 피해 사실이 교인들 사이에 알려져도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가해자인 목사를 두둔하거나 침묵을 강요하고 협박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미투 운동의 확산과 함께 종교계 내에서도 의식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개최한 교회개혁실천연대의 김애희 사무국장은 "가해자가 버젓이 영향력 있는 성직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괴로움을 느껴 참여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며 교회 내에서 쉬쉬했던 성폭력을 공론화해야 피해가 더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이 더 확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