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호주도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면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나라도 빠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안보협정을 매우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어, 우리의 동맹국이며 위대한 국가인 호주에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장관인 스티브 므누신은 많은 나라가 무역 관세 대상에서 면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트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오는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명령의 근거는 무역확장법 232조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하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고강도 규제를 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되는 동맹국은 이번 조치의 예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상대국인 캐나다와 멕시코가 가장 먼저 빠졌고,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인 호주가 면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강력한 우방 관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관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러한 분위기는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대북특별사절단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국을 철강 관세 부과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모두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당장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에는 여러 '난관'이 많은 상태다. 우선 미국 정부 내에서도 안보라인과 경제라인의 의견이 미묘하게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라인은 혈맹이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은 당연히 관세 면제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 상무부 등 경제라인은 선뜻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수입시장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의 수출 물량이 많은 데다 한국은 중국산 수입이 가장 많은 나라라 상당수 물량이 '환적' 형태로 미국에 재수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호주는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국 중 하나이지만 세계 철강 시장에서 수출은 미미한 실정이다. 호주는 지난해 미국에 3억1000만 달러 규모의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출하는데 그쳤다.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액은 32억6000만달러를 기록, 전년보다 2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만 따지면 호주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수출 1위 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로 인해 미국의 대외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구조다.

협상 대상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에 업무가 폭주하고 있어 우리 의견을 진지하게 미국 측에 전달할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철강의 경우 세부 수출 품목이 100∼200개에 달하고 업체별, 나라별로 관세 부과 수준이 달라 USTR은 이에 대한 세부 분석에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USTR로서는 나프타 협상 타결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철강 면제국 선정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주변 상황도 급할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대원칙을 밝힌 이상 USTR이 서둘러 철강 면제국 선정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23일 이전까지 USTR은 각국 실무진과 구체적인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23일까지 협상이 잘 안 풀리면 관세를 물어야 하지만 미국이 협상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기에 이후에도 협상 여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미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귀국해 여러 부처와 의견 조율 등을 통해 향후 협상 전략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