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KB금융지주 등 상장기업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가구 삼천리 아트라스BX KISCO홀딩스 BYC 등에선 주주제안이 제기됐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시행으로 주주들이 적극적인 의사를 내놓으면서 이사·감사 선임과 배당 수준 등을 둘러싼 표 대결이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KT&G 사장 연임 표 대결 ‘촉각’

가장 관심을 모으는 주총 표 대결은 KT&G다. 오는 16일 정기 주총에 상정된 백복인 KT&G 사장 연임 안건을 놓고 ‘큰손’ 주주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KT&G는 백 사장이 2015년 취임한 이후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등 탁월할 경영 성과를 올린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백 사장의 연임 반대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대주주 국민연금(지분 9.09%)에 이은 2대주주(지분 6.93%) 지위에 있다.
기업은행은 백 사장이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점 등을 들어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KT&G 노조는 “정부(기획재정부)가 지분 51.8%를 보유한 기업은행을 통해 KT&G 경영 개입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표 대결은 ‘범정부’ 대 ‘외국인’ 구도로 흐르고 있다. 외국인은 KT&G 지분의 53.18%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은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 표심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백 사장 연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한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연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한국가구 경영권 분쟁 조짐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한국가구에선 경영권 분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2일 주총에서 유상덕 삼탄 회장의 차남인 유용욱 삼탄 과장을 감사로 추천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되면서다. 최훈학 한국가구 대표의 여동생이자 2대주주(12.1%)인 최현주 씨 측이 이 같은 제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유 과장의 모친이기도 하다.

한국가구 이사회는 유 과장의 감사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을 상정했다. 감사 역할을 대신하는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이 통과되면 감사 안건은 자동 폐기된다.

23일 KB금융 주총에선 회사와 노동조합 간 표 대결이 예상된다. 이 회사 이사회는 노조가 제안한 정관변경(정관계 인사의 이사 선임 제한 등)과 사외이사(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등 3개 안건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KB금융 이사회는 “노조 제안이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은 물론 주주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시가스업체 삼천리의 3대주주인 미국계 투자회사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도 주당 배당금을 회사가 제안한 3000원의 두 배인 6000원으로 늘리고 자사주 12.1%를 소각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KISCO홀딩스 주주인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주당 배당금을 1250원에서 8000원으로 늘리고, 회사가 추천한 감사 3명의 선임에 반대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밸류파트너스 측은 “KISCO홀딩스 이사진은 비합리적인 재무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BYC 소액주주도 배당 확대와 액면분할, 전자투표제 도입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아트라스BX 소액주주는 주당 1만원의 현금배당과 정영식 펀드와이즈 이사의 감사위원 선임 등의 주주제안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