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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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2월 초 큰 폭의 조정을 받아 주식형펀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단기채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단기채펀드는 충격이 덜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면 장기채펀드에서는 채권가치 하락 우려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잔존 만기 반년 이내 채권에 투자

조정장·금리인상 '피난처'로 뜨는 단기채펀드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개 단기채펀드에 총 1572억원이 순유입됐다. ‘유진챔피언단기채펀드’에 738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동양단기채권펀드’와 ‘KTB전단채펀드’에도 190억원과 111억원이 들어왔다. 이들은 잔존 만기가 6개월 이내인 국채와 회사채에 주로 투자한다.

금리 상승기에 만기가 많이 남은 채권은 피해야 할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치가 떨어지면서 평가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채는 사정이 다르다. 오춘식 유진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상무)은 “단기채는 가입 후 몇 개월만 지나면 원금을 찾을 수 있어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표면금리만큼의 이익을 안전하게 챙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단기채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0.36%로 국내 채권형펀드(0.15%)나 해외 채권형펀드(-0.72%) 평균보다 나은 수익을 냈다.

지난달 이후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도 단기채펀드의 매력을 높였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올 들어 2.85%의 손실을 냈다. “증시 등락에 불안해하느니 안정적으로 원금을 지킬 수 있는 단기채를 ‘피난처’로 삼겠다는 수요가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직격탄 맞은 국공채펀드

조정장·금리인상 '피난처'로 뜨는 단기채펀드
단기채펀드와 달리 일반 채권형펀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1개월간 국내 채권형펀드에는 831억원이 유입됐다. 단기채펀드에 들어온 돈을 빼면 742억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국공채펀드에서는 2089억원이 유출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한·미 간 금리역전 우려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장기채 위주의 공국채펀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채권형펀드에서도 최근 한 달 동안 1665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신흥국 채권펀드에만 210억원이 들어왔을 뿐이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국은 아직까지는 글로벌 금리 인상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라질과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 채권가치 하락을 우려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채권형펀드 안에서도 인기와 수익률이 더욱 차이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춘식 본부장은 “해외 채권형펀드는 환노출형 상품이 많기 때문에 환율 움직임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