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카메라 장착
3차원 공간을 촬영해 이미지를 3D로 구현
집 건축부지 비추면 설계한 집이 화면에 등장
스마트폰 기능 무한 확장
2020년 AR시장 95조… 학교·병원 등 활용 무한대
모바일 생태계 확 바뀔 듯
형태 아닌 공간을 찍는 카메라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하반기 나올 ‘차차기작’에 트리플카메라를 도입하기로 하고 LG이노텍 등 국내 협력업체들과 관련 조율을 끝냈다. 휴대폰 제조업체가 협력회사와 함께 차기작에 들어갈 새 부품을 제작하는 데는 보통 1년 안팎이 걸린다. 내년에 나올 부품의 양산 준비를 벌써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혁신적이고 제작 난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아이폰12에 들어갈 트리플카메라는 지금까지 스마트폰에 적용된 카메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3D 공간을 찍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전용 프로젝터로 수천 개의 레이저를 전면에 발사한 뒤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시간을 레이저마다 일일이 계산한다. 시간이 짧은 물체는 튀어나온 것으로, 시간이 긴 물체는 더 안쪽에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빛으로 공간을 본뜨는 것이다.
TOF(time of flight)라는 3D 인식 방법으로 아이폰X의 얼굴 인식에 적용된 SL(structured light) 방식보다 우수하다. SL 방식은 격자무늬 형태 레이저를 얼굴에 비춘 뒤 레이저가 휘어진 모양을 찍어 입체를 인식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물체를 촘촘히 인식하는 데 유리하지만 넓고 먼 공간은 인식할 수 없다.
스마트폰에 적용된 AR 기능은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교사는 AR 앱(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해 교실 탁자 위에 장미꽃을 피우거나, 칠판 앞으로 실제 크기의 공룡을 나타낼 수 있다. 학생들은 교실 바깥에 나가지 않고도 갖가지 사물의 실체 크기와 형태를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사람을 비추면 각종 장기와 뼈가 어디에 있는지 표시할 수도 있다. 의사들은 환자가 가리키는 통증 부위를 해당 장기와 함께 살펴보고 원격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 건축가의 설계도면만 있으면 건축물이 완공됐을 때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아이폰 AR 기능을 켜고 건축 부지를 비추면 설계대로 지어진 건물이 아이폰 속에 나타나는 것이다. 95조원 AR시장 선점 노려
물론 이 같은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하드웨어와 함께 각종 앱 기능도 혁신돼야 한다. 애플은 AR용 앱 제작 도구인 AR키트를 지난해 8월 내놨다. 3D 이미지로 제작된 사물이 현실 공간과 잘 어울리도록 자동 보정하는 등 개발자가 손쉽게 AR용 앱을 제작할 수 있는 도구다. 9월에는 가구업체 이케아와 함께 ‘이케아 플레이스’라는 앱을 내놓기도 했다. 실내를 촬영하면 이케아 가구 중 어떤 것이 잘 어울리는지, 주어진 실내 공간보다 가구가 크지는 않은지 등을 미리 알 수 있다. 내년 아이폰12 출시 시점까지 AR 앱 생태계를 성숙시켜 트리플카메라로 구현하는 AR 기능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애플이 이처럼 AR 관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에 집중 투자를 하는 이유는 관련 시장이 모바일 이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2020년 AR 시장 규모만 900억달러로 VR 시장 규모의 세 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소니, HTC 등 하드웨어 업체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바이두, 텐센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까지 전용 기기를 내놓고 있다. 디즈니, HBO 등 콘텐츠 업체도 AR 제작 및 유통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AR 기능 탑재는 아이폰을 중심으로 AR 생태계를 본격 구축해 다음 세대 패권도 잡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