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핵 동결 아닌 폐기 확답 받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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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전되는 남북·미북 정상회담
'최대한의 압박' 기조 유지하며
북핵 '완전한 해결' 이끌어내야"
'최대한의 압박' 기조 유지하며
북핵 '완전한 해결' 이끌어내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파격적인 신년사에서 시작된 ‘평화’의 바람이 거세다. 남북 간 고위급회담이 열리고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더니, 특사교환에 이어 남북 정상이 4월에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고, 5월 미·북 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핵 악몽의 포로가 돼 살고 있는 한국 국민에게 핵 해결의 기대를 안겨 준 신선한 충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북한이 쏟아낸 언변에 내포된 함정을 간파하고 진정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해야 하는 이유는 넘치도록 많다. 북한은 적어도 다섯 번 이상 핵합의를 파기한 전과를 갖고 있다. 1990년 비핵화공동선언,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및 10·3 합의, 2012년 2·29 합의 등 환호 속에 성사된 합의들은 매번 ‘대화 따로, 핵개발 따로’라는 북한의 이중전략에 유린됐다. 내부적으로도 그렇다. 북한은 2012년 개정헌법에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천명했고 이듬해에는 핵보유법(‘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에 대한 법’)을 제정했으며, 여태껏 ‘정의의 핵보검’을 선전해왔다. 체제 특성상 하루아침에 핵포기로 선회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보유 고수’와 ‘국제제재 극복’을 전략목표로 채택한 연장선에서 대남 대화공세가 나왔다는 점, 국제제재가 북한을 질식시키고 북한정권이 어려움에 처한 시점이라는 점, 한국 특사들이 ‘북한 비핵화 의지’를 전언하는 중에도 김여정이 검열하는 북한 내 매체들은 여전히 ‘핵보유의 정당성’을 보도하고 있었다는 점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유들이다.
함정으로 보이는 부분들도 많다. 이대로라면 4월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서로를 ‘멍청한 노인네’와 ‘꼬마 깡패’로 부르던 미·북 두 지도자가 만날지 모르지만, 정의용 특사가 북한이 비핵화를 표명한 것이라며 전달한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안전 보장시 핵 불필요”라는 대목은 고무줄 해석이 가능하다. 한·미 연합훈련,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미국의 적대시 정책 등 북한이 ‘위협’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북한이 핵폐기가 아닌, 시간벌기와 제재 체제 균열을 노린다면 핵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연합훈련 중단, 동맹 해체, 미군 철수, 미·북 수교, 평화협정 등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쏟아내며 시간을 끌 수 있다.
이렇듯 핵대화에 대해 국민적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정부는 향후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가 중심 의제가 돼야 함을 분명히 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연연해 무한정 평양정권의 장단에 춤추는 일은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한국의 특사들은 북한이 이중적·기만적 의도로 사용해온 ‘비핵화 유훈’이라는 표현을 ‘비핵화 의지’로 전파했고, 북한이 동맹이간과 한국의 국론분열을 위해 사용해왔던 “핵과 재래무기는 대남용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전달했으며, 적장(敵將)의 친서를 동맹국에 전달하는 특별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국제사회와 북한을 공동위협으로 간주해온 동맹국 국민에게 어떻게 비쳤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성찰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대화를 준비하는 중에도 북핵이 폐기되는 순간까지 확고한 억제체제를 유지하며 유의미한 행동이 있기 전에는 ‘최대한의 압박’을 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이지 어중간한 ‘타협’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의 안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핵실험·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일시유예)이나 핵동결을 대가로 터무니없이 큰 것을 내어준다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김태우 < 전 통일연구원장 >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해야 하는 이유는 넘치도록 많다. 북한은 적어도 다섯 번 이상 핵합의를 파기한 전과를 갖고 있다. 1990년 비핵화공동선언,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및 10·3 합의, 2012년 2·29 합의 등 환호 속에 성사된 합의들은 매번 ‘대화 따로, 핵개발 따로’라는 북한의 이중전략에 유린됐다. 내부적으로도 그렇다. 북한은 2012년 개정헌법에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천명했고 이듬해에는 핵보유법(‘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에 대한 법’)을 제정했으며, 여태껏 ‘정의의 핵보검’을 선전해왔다. 체제 특성상 하루아침에 핵포기로 선회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보유 고수’와 ‘국제제재 극복’을 전략목표로 채택한 연장선에서 대남 대화공세가 나왔다는 점, 국제제재가 북한을 질식시키고 북한정권이 어려움에 처한 시점이라는 점, 한국 특사들이 ‘북한 비핵화 의지’를 전언하는 중에도 김여정이 검열하는 북한 내 매체들은 여전히 ‘핵보유의 정당성’을 보도하고 있었다는 점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유들이다.
함정으로 보이는 부분들도 많다. 이대로라면 4월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서로를 ‘멍청한 노인네’와 ‘꼬마 깡패’로 부르던 미·북 두 지도자가 만날지 모르지만, 정의용 특사가 북한이 비핵화를 표명한 것이라며 전달한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안전 보장시 핵 불필요”라는 대목은 고무줄 해석이 가능하다. 한·미 연합훈련,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미국의 적대시 정책 등 북한이 ‘위협’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북한이 핵폐기가 아닌, 시간벌기와 제재 체제 균열을 노린다면 핵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연합훈련 중단, 동맹 해체, 미군 철수, 미·북 수교, 평화협정 등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쏟아내며 시간을 끌 수 있다.
이렇듯 핵대화에 대해 국민적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정부는 향후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가 중심 의제가 돼야 함을 분명히 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연연해 무한정 평양정권의 장단에 춤추는 일은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한국의 특사들은 북한이 이중적·기만적 의도로 사용해온 ‘비핵화 유훈’이라는 표현을 ‘비핵화 의지’로 전파했고, 북한이 동맹이간과 한국의 국론분열을 위해 사용해왔던 “핵과 재래무기는 대남용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전달했으며, 적장(敵將)의 친서를 동맹국에 전달하는 특별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국제사회와 북한을 공동위협으로 간주해온 동맹국 국민에게 어떻게 비쳤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성찰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대화를 준비하는 중에도 북핵이 폐기되는 순간까지 확고한 억제체제를 유지하며 유의미한 행동이 있기 전에는 ‘최대한의 압박’을 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이지 어중간한 ‘타협’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의 안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핵실험·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일시유예)이나 핵동결을 대가로 터무니없이 큰 것을 내어준다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김태우 < 전 통일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