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스튜어드십 코드' 본격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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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들, 투자기업에 고배당 요구 등 목소리 높여
운용·증권사 등 25곳 참여
KB운용 "골프존에 서신 보낼것"
자산 매입 관련 해명 요구
섀도보팅 폐지에 기관 '압박'까지
상장사들 "주총준비에 죽을 맛"
운용·증권사 등 25곳 참여
KB운용 "골프존에 서신 보낼것"
자산 매입 관련 해명 요구
섀도보팅 폐지에 기관 '압박'까지
상장사들 "주총준비에 죽을 맛"
12월 결산 상장회사들의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의 막이 오르면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 실행에 나서는 기관투자가가 늘고 있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 폐지로 가뜩이나 주총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기관투자가의 움직임을 파악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다음주께 지분 18.47%를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골프존에 공개서신을 보낼 계획이다. 골프존이 949억원을 주고 지주회사인 골프존뉴딘으로부터 대전의 레저시설을 매입하는 것과 관련해 매입 배경과 가격 책정 기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골프존이 사들이기로 한 이 시설은 장부가가 800억원 수준이며 연 매출은 50억원에 그치고 있다. KB자산운용이 골프존에 서신을 보내는 것은 지난달 말에 이어 두 번째다. 첫 번째 서신에선 지주회사인 골프존뉴딘에 지급하는 브랜드 로열티 비율 3.3%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한 제브라투자자문은 이달 예정된 상장사 A사의 정기 주총을 앞두고 주주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배당 성향 상향 등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A사와 표 대결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에 주주 제안 서신을 보낸 적이 없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올해는 태도를 바꿨다. 투자한 상장사 한 곳 이상에 배당 및 사외이사와 관련한 공식 서신을 보낼 계획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B사에 배당 확대를 요구해 전년보다 배당 성향을 두 배 이상 높이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트러스톤은 주총 의안 분석 대상 기업을 지난해 70곳에서 올해 130곳으로 확대해 의안에 찬성할지를 따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에 참여한 기관은 25곳이다.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올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면 기관들의 참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기관의 ‘입김’이 대기업뿐 아니라 코스닥 기업으로도 확산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에서 주식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주총 정족수를 확보하기 위해 직원이 총동원되고 있는 마당에 기관들의 압박까지 더해져 부담스럽다”며 “올해처럼 주총 준비가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에 의견을 제시하는 기관은 해당 기업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경우가 많다”며 “코스닥 기업일수록 장기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스튜어드십 코드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 기관투자가가 단순히 주식만 보유하지 않고 의결권 행사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수정/김우섭 기자 agatha77@hankyung.com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다음주께 지분 18.47%를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골프존에 공개서신을 보낼 계획이다. 골프존이 949억원을 주고 지주회사인 골프존뉴딘으로부터 대전의 레저시설을 매입하는 것과 관련해 매입 배경과 가격 책정 기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골프존이 사들이기로 한 이 시설은 장부가가 800억원 수준이며 연 매출은 50억원에 그치고 있다. KB자산운용이 골프존에 서신을 보내는 것은 지난달 말에 이어 두 번째다. 첫 번째 서신에선 지주회사인 골프존뉴딘에 지급하는 브랜드 로열티 비율 3.3%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한 제브라투자자문은 이달 예정된 상장사 A사의 정기 주총을 앞두고 주주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배당 성향 상향 등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A사와 표 대결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에 주주 제안 서신을 보낸 적이 없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올해는 태도를 바꿨다. 투자한 상장사 한 곳 이상에 배당 및 사외이사와 관련한 공식 서신을 보낼 계획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B사에 배당 확대를 요구해 전년보다 배당 성향을 두 배 이상 높이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트러스톤은 주총 의안 분석 대상 기업을 지난해 70곳에서 올해 130곳으로 확대해 의안에 찬성할지를 따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에 참여한 기관은 25곳이다.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올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면 기관들의 참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기관의 ‘입김’이 대기업뿐 아니라 코스닥 기업으로도 확산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에서 주식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주총 정족수를 확보하기 위해 직원이 총동원되고 있는 마당에 기관들의 압박까지 더해져 부담스럽다”며 “올해처럼 주총 준비가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에 의견을 제시하는 기관은 해당 기업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경우가 많다”며 “코스닥 기업일수록 장기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스튜어드십 코드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 기관투자가가 단순히 주식만 보유하지 않고 의결권 행사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수정/김우섭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