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월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철회하라”고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월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철회하라”고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장 자격증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대폭 확대된다. 교육부는 신청한 학교의 15%만 허용하던 것을 50%로 늘리기로 확정했다. 자율학교에 한해 실시하는 제도이긴 하지만 기존 연공서열식 승진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 파장이 클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학내 목소리가 커져 교육의 정치화를 부를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교장공모제, 지금의 3배로 확대

'평교사 교장' 대폭 확대… '학교 정치화' 논란 확산
교장공모제 개선을 위한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안이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교육 경력 15년 이상인 교사가 교장 자격증 없이도 교장 공모에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공모제를 확대하기로 한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교장 임용 수요가 있는 자율학교 중에서 내부형 공모를 신청하면 그중 15%만 허용했다. 작년 말 입법예고 당시 이 상한선 규정을 없앨 방침이던 교육부는 개정안에서 상한을 50%로 최종 결정했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반대하고 야당에서도 반발이 심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물러섰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논란의 공모제 교장은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3월 기준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시행하는 곳은 573곳이다. 전체 자율학교의 3분의 1가량이다. 10년째 운영한 누적 효과에 따른 결과다. 이 중 교장자격증 미소지자가 교장으로 뽑힌 곳은 56곳이다.

상한선 확대로 ‘젊은 교장’을 배출하는 학교가 몇 곳이나 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작년에 내부형 공모제를 하겠다고 신청한 학교는 179곳이다.

◆“전교조 영향력 빠르게 확대될 것”

공모제 확대는 교원 승진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교육 격차를 키울 것이란 우려가 만만찮다. 승진 점수와 무관하게 교장이 될 수 있다면 도서, 벽지 등 기피지역의 교사를 구하기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장 승진의 문호가 대폭 확대된 만큼 ‘학교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교장·교감 중심인 교총과 평교사 위주인 전교조 간 세대결이 불가피하다는 게 교육계의 우려다. 전교조 등 특정 단체의 장악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교장 자격 미소지자 공모교장(2012~2016년 임명) 53명 중 전교조 출신이 37명이고, 전교조로 추정되는 인물도 5명이다. 81%가 전교조와 관련된 인사인 셈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형식적으로는 공모라는 공정한 절차를 앞세우지만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승자는 늘 조직력을 앞세운 전교조였다”고 말했다. “진보교육감 등과의 연계를 통해 전교조의 학교 내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탓에 교총은 “교육 현장의 우려를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전교조 역시 “100%가 아니라면 개혁에서 후퇴한 행위”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내부형 공모제 시행학교에서 교장 선발은 학교심사위원회 내 서류심사 및 심층면접을 통해 진행된다. 3배수 범위 내에서 교육청 심사위원회에 추천하면 여기에서 2명으로 압축돼 교육감이 최종 1명을 선정하는 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는 등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