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생활과학고 조리과 학생들이 호주에서 글로벌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경북생활과학고 제공
경북생활과학고 조리과 학생들이 호주에서 글로벌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경북생활과학고 제공
‘엎친 데 덮친 격.’ 요즘 농업에 특화된 직업고(옛 농고)를 설명하는 말이다. 농업 인구가 급감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18’에 따르면 농가 인구는 1997년 447만 명에서 2016년 250만 명으로 연간 3%씩 감소했다. 2027년에는 총 인구 대비 농가 인구 비중이 3.8%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년 신입생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농고가 대다수다. 하지만 경남 사천의 경남자영고는 올해 1.81 대 1의 입학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남자영고가 ‘생존’에 성공한 것은 발 빠르게 변화한 덕분이다. 단순 ‘농업 기술자’를 길러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차세대 창업농’을 육성하기 위한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대표적인 게 학교기업 ‘참살이 농산’이다. 학교가 직접 송이버섯과 상황버섯 등 버섯 진액을 생산·유통·판매한다. 이 모든 과정에 학생을 참여시킨다. 현장실습 등 인근 바이오기업과의 연계도 추진하고 있다. 제홍점 교감은 “융·복합 시대에는 ‘6차 산업’인 농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거라 판단했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경남 유일의 농업계 거점 특성화고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직업고도 있다. 경북 구미의 경북생활과학고는 ‘글로벌 현장학습’ 과정을 운영 중이다. 호주, 싱가포르 등에 있는 해외 조리·미용업체와 협약을 맺고 12주간 학생들에게 현지 실무경험을 제공한다. 해외 현장실습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현지에 나가기 전부터 영어 면접, 원어민 실무회화 수업 등을 미리 제공한 덕분이다.

2011년에 이 학교를 졸업한 이정현 씨(26)는 글로벌 현장학습 과정을 거쳐 호주 ‘스시베이’에 정식 취업했다. 이후 호주기술 전문학교인 TAFE에 진학해 요리과정을 이수했다. 최근에는 호주 영주권을 취득했다. 이씨는 몇 해 전 “학교 덕분에 해외에서 요리사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장학금을 기탁했다. 이 같은 성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올해 입학 경쟁률은 2 대 1을 기록했다.

처음부터 학생이 몰린 건 아니었다. 2001년 일반 상업고에서 가사계열 특성화고로 개편한 게 전환점이 됐다. 학교 특성이 분명해지자 진로 목표가 뚜렷한 학생이 진학했다. 자연스레 취업률도 높아졌다. 정경미 교무부장은 “지난해 2월 졸업생 기준 취업률은 85.12%로 경북 특성화고 중 1위”라며 “취업률이 3년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학생을 무분별한 입시경쟁 대신 본인이 원하는 직업교육 공간으로 끌어오려면 직업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