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5월 중순까지 끝내기로 했다. 실사 기간에 운영자금이 부족하면 일부를 단기 대출해줄 계획이다.

산은은 14일 한국GM에 조건부 단기 브리지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 전달했다. 브리지론은 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에 빠졌을 때 단기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출이다. 산은은 다만 GM의 자료 제출 등 실사에 대한 성실한 협조와 확실한 담보 제공 등을 전제로 달았다. 요건이 충족되면 산은 지분율(17.02%)만큼 필요한 돈의 일부를 빌려준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한국GM, 실사 협조하면 단기 대출 지원"
GM이 한국GM에 대한 단기 대출을 요구한 이유는 운영자금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이다. 한국GM은 다음달까지 약 1조7000억원의 차입금 만기를 맞는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2500명에게 1인당 평균 2억원 안팎의 위로금(총 5000억원)도 줘야 한다. 아직 지급하지 못한 성과급 700억원도 내달 초까지 줘야 한다. 차입금은 만기 연장을 하더라도 위로금과 성과급 등 5700억원은 반드시 융통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은이 지분 비율대로 대출해주면 금액은 1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산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GM이 국내에서 계속 생산활동을 하려는 의지는 확실히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향후 GM과의 협상을 거쳐 증자나 대출 등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과정은 여전히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4년간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본 한국GM 노동조합이 사측 자구안을 외면하고 있어서다. 사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기본급 동결 및 성과급 보류, 복리후생 축소 등을 노조에 제시했다. 노조는 복리후생 축소 방안을 거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은 추후 실적이 개선되면 다시 받을 수 있지만 한번 줄어든 복지제도를 되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기본급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침대로 5.3% 인상을 요구할지, 지침을 따르지 않고 기본급 동결을 선언해 복리후생 축소를 거부하는 명분으로 삼을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정지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