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은 선거판에 나가고… 일자리 컨트롤타워 한 달 넘게 '개점휴업'
최악의 ‘고용 쇼크’ 속에서 일자리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사령탑인 부위원장 자리는 이용섭 전 부위원장이 지난달 7일 광주시장 출마를 이유로 사임한 뒤 한 달 넘게 비어 있고 청년 일자리 대책 등 주요 일자리 정책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일선 부처가 전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 지시로 탄생한 일자리위는 출범 초기 고용 정책을 이끌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이 대표적이다.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고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광범위한 역할이 주어졌다. 각 부처나 기관이 하다보면 놓칠 수 있는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부처 간 정책 조율은 기재부가 도맡아 하고 정책 발굴은 각 부처가 알아서 하는 모양새다.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거나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노동계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은 최근 재가동 움직임을 보이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밀리고 있다. “일자리위가 존재감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위원회 내부는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중소벤처분과는 작년 12월 마지막 회의를 한 뒤 지금까지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주력전통산업분과와 금융서비스분과도 지난 1, 2월 각각 회의를 한 뒤 멈춰서 있다. 일자리위 소속의 한 전문위원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회의를 열어야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하는데 지금 분위기는 국정과제를 재확인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고용 쇼크를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일자리위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핵심적인 건 민간 중심의 위원회 구성이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친노동계 정부 인사는 “일자리위가 처음 구성됐을 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민간 기업인데 정부 관료들이 모여 무슨 일자리를 창출하겠느냐”고 했다.

이대로라면 일자리위는 계속해서 배제될지도 모른다. 과거 정부 위원회가 그랬듯이 결국 ‘식물 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다. 한 노동 전문가는 “위원회들은 대부분 집행 기능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정책 결정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며 “일자리위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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