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명하자 중국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폼페이오 국장은 북한 핵 문제뿐 아니라 통상 문제에서도 중국에 수차례 적개심을 드러내는 등 대중(對中) 강경파로 통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가 중국을 ‘스파이 활동 국가’로 분류하며 견제해온 이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14일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중국 지도부는 국무장관 교체와 관련한 미 행정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에 비판적인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에 내정된 데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은 미국의 국무장관 교체 소식을 일제히 긴급 속보로 전하며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미국의 대중·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국무장관 교체… 미국, 세계에 더 강경해지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미 대외적으로 강경한 트럼프 행정부가 어디까지 갈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의 해임이 예상된 일이었지만 갑작스러운 결정에 충격파가 크다며 “트럼프 정부의 잇따른 인사는 내부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이들 신문은 틸러슨 장관의 경질이 미·중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환구시보는 “폼페이오는 미국의 대중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인사가 아니므로 양국 관계가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고 본다”면서도 “국무장관에 오른 뒤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미 협상에 앞서 고노 다로 외무상을 16일 미국으로 보내 틸러슨 장관에게 관련 입장을 전하려던 일본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기자들에게 틸러슨 경질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폼페이오 내정자와 조기에 만나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연대를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며 “(폼페이오 내정자에 대한) 정보 수집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폼페이오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선적인 외교력에 힘을 보태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