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한국 증시는 극히 저평가된 상태입니다. 특히 현 시점은 지난해 대형성장주 중심 장세에서 소외된 가치주 투자에 유리한 국면입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사진)은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투자자 포럼'에서 "올해 글로벌 증시 상승폭은 제한적일 전망이지만 가치주 투자에 유리한 국면이 4~5년 만에 열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허 사장은 올해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지수 상승보다는 개별 기업의 주가 상승에 집중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신영자산운용이 추구하는 가치주 투자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확장은 상당 부분 주요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확대 정책과 이로 인한 초저금리 국면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허 사장은 "우려 요인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유동성 환수국면에 진입한다는 점"이라면서도 "지난해 장기 박스권을 탈출한 코스피지수는 박스권 하단을 밑으로 뚫고 내려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1년간 한국 증시가 세계 증시 대비 덜 상승하면서 상대적인 가격 매력이 커진 상황이라고 허 사장은 강조했다. 국내 증시가 최근 1년간 16.1% 상승해 신흥국 평균(18.2%)에 못 미쳤고 미국(20.3%) 등 주요 선진국 증시 상승률도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부터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6500대에서 26,000대까지 급등한 점을 강조했다.

허 사장은 "다우존스지수가 300% 오를 동안 코스피는 60% 오르는 데 그쳤다"며 "한국 기업이익이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지고 있고,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은 러시아를 제외하면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주가는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만큼 국내 증시가 충분히 매력적이란 평가다.

그는 "지난해 국내 상장사 이익이 40% 증가했지만 주가는 20% 올라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며 "기업의 자기자본이 늘어나면서 증시 바닥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증시 투자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라면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를 권했다.

허 사장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은 경제성장률이 70~80%에 달하는데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방식이 맞다고 본다"며 "해외기업을 국내 투자자가 잘 모르는 만큼 해당 증시 ETF에 투자하는게 좋을 듯 싶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향후 과도한 쏠림 현상에 따른 글로벌 증시 조정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미국이나 중국발로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 증시가 '팡(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이끌며 최고의 호황을 겪고 있지만 패시브펀드와 함께 과도한 레버리지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투자자포럼은 시장에서 저평가된 우량주식을 매매하는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신영자산운용이 회사 창립 20주년을 맞은 2016년부터 매해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고 있는 행사다. 올해로 3회째를 맞았고, 허 사장이 사장에 취임한 후로는 처음으로 열렀다.

지난해까지 최고투자책임자(CIO)로 행사에 나섰던 허 사장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투자자들에게 앞에 섰다"며 "어떻게 시장이 변하든 추구하는 가치투자·장기투자· 분산투자 등 투자철학과 원칙을 지키고 고객 자산형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