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와 뎅기열 같은 감염병의 전파 경로를 연구하는 토종 박사 출신 여성 수학자가 일본 의대 교수에 임용됐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수리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효정 씨가 16일 일본 홋카이도대 의학대학원 조교수로 임용된다.

이 교수가 교수에 임용된 건 지난해 2월 UN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일본 홋카이도대 의학대학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한 지 1년만이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교수로 임용되기까지 보통 3~4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1986년생인 이 교수는 대구 경북대 통계학과를 다니면서 복수전공으로 수학을 공부했다. 수학에 흥미를 붙이면서 실생활을 변화시킬 방법을 찾다가 2011년 확률 모델과 생물학을 접목한 생물수학 분야의 전문가인 이창형 UNIST 교수를 만났다. 때마침 스승인 이창형 교수도 2009년 국내에서 신종플루가 확산되는 현상을 보면서 수학을 활용해 전염병을 막을 방안을 찾고 있었다.
이 교수는 신종플루 확산과 항바이러스 백신 접종 방식, 방역 정책이 시기별로 적중했는지를 수학적 모델로 개발했다. 지난 2014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된 뎅기열 모기와 기후변화와의 관계를 수학 모델로 정리한 연구는 마무리 단계다. 농림축산검역본부, KT 등과 공동으로 차량 이동 상황에 따라 구제역 확산 경로를 예측하는 모델도 개발 중이다.

이 교수는 박사 논문을 마무리 중이던 2016년 한국여성수리과학회 지원을 받아 일본에서 열린 여름학교에서 히로시 니시우라 홋카이도대 위생학과 교수를 만나면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말라리아와 메르스, 지카 등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 의학뿐 아니라 수학과 컴퓨터공학, 의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전공이 한 연구실에서 함께 방법을 찾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수학은 단지 병이 확산된 뒤 결과를 보는 수단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확산을 저지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다시 확산하던 흑사병을 차단한 것도 수학 모델을 활용한 방역 정책 덕분”이라며 “수학자와 보건 정책 당국자, 방역 전문가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볼라 종식 선언이 나온 이후에도 재발하는 원인을 찾는 수학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