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후 주식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배당주 펀드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출렁이는 장세를 안정적인 배당 수익으로 방어하겠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다. 최근 한 달간 배당주 펀드에 몰려든 돈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변동성 장세에… 인기 살아나는 배당주 펀드
◆연초에는 ‘찬밥’ 대접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배당주 펀드에는 최근 한 달 사이 207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베어링고배당펀드’에는 574억원이 들어왔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 설정액도 53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 전체에서는 1997억원이 빠져나갔다.

배당주 펀드는 올해 초 ‘찬밥’ 대접을 받았다. 최근 상장사들이 배당을 늘리는 추세여서 잠깐 주목받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바이오·제약주와 중소형주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해 보인 탓이다.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이 7%를 넘는 주식조차 외면받기도 했다. 지난 1월13일부터 2월13일까지 한 달 동안 배당주 펀드에서는 3154억원(1월13일~2월13일)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지난달 초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글로벌 주식시장이 동반 조정받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범광진 KB자산운용 리테일본부 부장은 “연초에 급등한 종목들이 실적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지적과 함께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려는 투자심리가 확산하면서 배당주 펀드의 매력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조정장서 선방한 고배당주

전문가들은 당분간 배당주 펀드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장사들의 배당 확대 기조가 뚜렷한 데다 증시 조정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9%(1월29일~2월9일) 떨어졌을 때도 고배당주의 하락률은 평균 4.0%였다. 전년보다 주당 배당금이 두 배 이상 증가한 배당성장주는 3.7% 떨어지는 데 그쳤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0.7%(9일 기준) 오르는 동안 고배당주와 배당성장주는 각각 2.4%와 10.5% 상승했다.

이현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배당주펀드 매니저(전무)는 “금리가 오르면 배당주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기업들의 배당금 확대가 상당 부분 만회해 줄 것”이라며 “증시 상승 여력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배당주 펀드가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배당주 펀드 투자가 변동성 장세에 대처하는 해법 중 하나라면서도 유망한 상품 유형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이 매니저는 “배당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한 뒤 주가 상승까지 노리는 배당성장주 펀드는 일반 액티브 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며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이 높은 종목에 집중하는 고배당 펀드가 낫다”고 말했다. 반면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배당성장주는 안정성을 갖춘 데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며 “최근 장세에서도 배당성장주의 성과가 우월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